2020년 개봉한 극장판 진격의 거인 크로니클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은 TV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의 시즌 1부터 시즌 3까지의 방대한 이야기를 한 편의 영화로 압축하여 재편집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원작의 핵심 줄거리와 주요 사건들을 2시간 2분이라는 러닝타임 안에 효과적으로 담아내어 기존 팬들에게는 추억을 상기시키고 새로운 관객들에게는 진격의 거인이라는 거대한 세계관에 입문하는 훌륭한 가이드가 되어주었습니다. 본작은 TV 시리즈의 감독이었던 아라키 테츠로와 코이즈카 마사시가 공동으로 연출을 맡아 원작의 웅장함과 비극미를 극장판 스케일에 맞게 재구성했습니다.
인류의 절규와 투쟁, 거인에 맞선 소년 엘런의 발자취
극장판 진격의 거인 크로니클은 거인들의 침공으로 인해 인류가 거대한 벽 안에 갇혀 살아가야 했던 비극적인 날부터 시작됩니다. 주인공 엘런 예거는 평화롭던 일상이 초대형 거인의 등장과 함께 무너지고 어머니를 잃는 처참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날 이후 엘런은 모든 거인을 이 세상에서 없애리라 맹세하며 유일하게 거인과 맞서 싸우는 인류의 희망, 조사병단에 입단합니다.
엘런은 입단 후 혹독한 훈련을 거치며 동료들인 미카사 아커만, 아르민 알레르토와 함께 성장해 나갑니다. 작품은 이들의 초기 훈련 과정과 함께 월 마리아 함락 이후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펼쳐지는 거인과의 첫 전투들을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특히 인류가 거인에게 무참히 짓밟히는 모습과 그 속에서 발버둥 치는 인간들의 처절한 생존 투쟁이 압도적인 작화와 사운드로 표현됩니다.
그러던 중 엘런은 자신이 거인으로 변신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 능력은 인류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지만 동시에 엘런은 자신의 정체성과 거인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됩니다. 인류의 영웅으로 추앙받기도 하고 동시에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엘런의 복잡한 심리 상태가 섬세하게 묘사됩니다.
이후 이야기는 엘런과 조사병단이 거인의 비밀과 벽 밖의 세계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으로 이어집니다. 여성형 거인과 초대형 거인 갑옷 거인 등 강력한 지성 거인들과의 치열한 전투가 계속되고 이 과정에서 인류 내부의 갈등과 배신 음모 등이 드러나면서 스토리는 더욱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엘런과 동료들은 인류의 생존을 위해 피와 땀을 흘리며 싸우지만 밝혀지는 진실은 그들을 더 큰 혼란 속으로 몰아넣습니다. 특히 왕정과 중앙 헌병단 그리고 숨겨진 거인 세력들의 암약은 스토리에 긴장감을 더합니다.
조사병단은 거인화 능력자들의 도움을 받아 월 로제에 뚫린 구멍을 막고 거인들이 득실거리는 위험한 벽 밖 탐사를 감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아르민의 뛰어난 전략과 미카사의 압도적인 전투력이 빛을 발하며 리바이 병장과 엘런의 갈등과 성장도 중요한 요소로 다뤄집니다. 결국 이들은 거인들의 정체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세계의 진정한 모습을 마주하게 되는데 이는 그들의 모든 신념과 가치관을 뒤흔드는 충격적인 진실입니다. 이 진실은 단순한 거인과의 싸움을 넘어선 인류의 근원적인 문제와 역사를 다루는 거대한 서사의 시작을 알립니다.
(※ 아래 내용에는 극장판 진격의 거인 크로니클 및 원작 애니메이션의 주요 내용과 관련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작을 보지 않으신 분들은 주의 바랍니다.)
극장판 진격의 거인 크로니클의 후반부는 벽 밖의 세계 즉 마레와의 충돌과 에르디아인의 비극적인 역사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을 다룹니다. 엘런은 아버지 그리샤 예거의 기억을 통해 '시조의 거인'과 '진격의 거인'에 얽힌 비밀 그리고 엘디아인들이 거인으로 변할 수 있는 혈통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 진실은 엘런과 동료들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그들이 싸워왔던 거인들의 기원과 인류의 진정한 적이 누구인지에 대한 혼란이 가중됩니다.
특히 라이너 브라운 베르톨트 후버 애니 레온하트와 같은 동료였던 인물들이 사실은 마레의 전사였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절정으로 치닫습니다. 이들의 배신은 엘런과 조사병단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고 인류 내부의 분열을 심화시킵니다. 엘런은 자신의 운명과 인류의 미래를 놓고 고뇌하며 점차 변화해가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는 더 이상 과거의 순진한 소년이 아닌 자신의 신념을 위해 고통스러운 선택을 해야 하는 인물로 성장합니다.
작품은 또한 엘런의 이복형제인 지크 예거의 등장과 그의 '땅울림' 계획에 대한 서두를 보여줍니다. 지크는 모든 에르디아인의 생식 능력을 없애 대대손손 거인이 태어나지 않게 하는 '에르디아인 안락사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위해 엘런과 손을 잡으려 합니다. 이 계획은 인류의 미래와 존속에 대한 심오한 질문을 던지며 단순한 선악 구도를 넘어선 복잡한 윤리적 딜레마를 제시합니다. 엘런은 지크의 계획을 이용하려 하지만 동시에 자신만의 '진정한 자유'를 갈망하며 독자적인 길을 걷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작품은 엘런이 모든 벽의 거인을 깨워 세상의 모든 것을 짓밟는 '땅울림'을 발동하려는 전조를 보여주며 마무리됩니다. 이는 TV 애니메이션 시즌 4의 시작을 알리는 부분으로 진격의 거인이 단순한 액션 판타지를 넘어 인류의 역사 전쟁 운명 자유에 대한 깊은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대서사가 될 것임을 예고합니다. 엘런이 왜 그러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선택이 가져올 결과는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며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압도적인 스케일과 영상미를 담아낸 극장판
극장판 진격의 거인 크로니클은 TV 시리즈의 방대한 내용을 압축했음에도 불구하고 원작 특유의 압도적인 스케일과 긴장감을 잃지 않습니다. 특히 거인과의 전투 장면은 극장판 스크린에 맞춰 더욱 섬세하고 박진감 넘치게 재구성되어 관객들에게 시각적인 충격을 선사합니다. 조사병단의 입체기동장치를 활용한 역동적인 액션과 거인들의 거대하고 위협적인 모습은 애니메이션 팬들에게 큰 만족감을 주었습니다. 또한 작품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웅장한 OST는 감동을 더하며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입니다. 비장미 넘치는 음악은 캐릭터들의 고뇌와 인류의 절규를 더욱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아쉬움과 그럼에도 의미 있는 작품
극장판 진격의 거인 크로니클은 TV 시리즈의 요약본이라는 특성상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방대한 스토리를 2시간 남짓한 시간에 담아내다 보니 일부 사건이나 캐릭터들의 심리 묘사가 원작만큼 깊이 있게 다뤄지지 못했다는 평이 있습니다. 특히 원작을 보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스토리 전개가 다소 빠르게 느껴지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일부 중요한 서브 플롯이나 인물 관계가 생략되면서 원작의 깊이 있는 주제 의식이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진격의 거인이라는 걸작의 핵심 서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는 원작의 팬들에게는 명장면을 다시 한번 극장에서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새로운 시청자들에게는 복잡한 진격의 거인 세계관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 훌륭한 입문작이 되어주었습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요약본을 넘어 인류의 자유와 운명 그리고 존재론적 질문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하는 의미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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