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첫 공개 이후 전 세계 남성 팬들의 아드레날린을 폭발시킨 화제작
2021년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 애니메이션 '종말의 발키리'는 공개 전부터 파격적인 설정으로 수많은 만화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1000년마다 열리는 신들의 의회에서 인류의 멸망이 만장일치로 결정되려는 순간 반신반인의 발키리 브륀힐드가 이의를 제기하며 신 대 인간의 1대 1 승부인 '라그나로크'를 제안한다는 스토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를 자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아지치카 작가의 원작 만화가 가진 압도적인 작화와 박력을 애니메이션으로 어떻게 구현할지가 초미의 관심사였으며 비록 시즌 1 공개 당시에는 정적인 연출로 논란이 있기도 했으나 성우들의 열연과 캐릭터성 하나만으로 넷플릭스 글로벌 랭킹 상위권을 차지했습니다. 이후 2023년 공개된 시즌 2에서는 연출이 한층 개선되며 석가모니와 잭 더 리퍼 등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서사를 깊이 있게 다뤄내며 확고한 팬덤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역사 속 위인들과 신화 속 신들이 맞붙는다는 드림 매치는 시대를 막론하고 가슴을 뛰게 만드는 소재임이 증명된 셈입니다.
인류 멸망을 막기 위한 최후의 수단 라그나로크의 개막
이야기는 1000년에 한 번씩 열리는 '인류 존망 회의'에서 시작됩니다. 전 세계의 신들이 모인 이 자리에서 최고신 제우스는 인류의 끝없는 환경 파괴와 전쟁 그리고 오만함을 이유로 인류를 멸망시키기로 결정합니다. 모든 신이 이에 동의하며 재판 망치를 두드리려는 찰나 발키리 자매 중 장녀인 브륀힐드가 나타나 이의를 제기합니다. 그녀는 신들의 결정에 반대하며 신법 제62조 15항에 명시된 초특급 조항 '라그나로크'를 발동할 것을 제안합니다. 이는 신 대표 13명과 인류 대표 13명이 1대 1로 싸워 먼저 7승을 거두는 쪽이 승리하는 데스매치입니다. 신들은 하찮은 인간과 싸우는 것을 자존심 상해하며 거절하려 하지만 브륀힐드의 "혹시 쫄으셨나요?"라는 도발에 넘어가 승부를 수락하게 됩니다. 이로써 인류의 생존을 건 신과 인간의 불가능해 보이는 싸움이 시작됩니다. 인간의 무기로는 신에게 상처조차 입힐 수 없지만 브륀힐드는 발키리 자매들이 인간의 무기와 동조하여 신기를 만들어내는 '신기 연성(볼운드)'이라는 비책을 통해 대항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합니다.
시즌 1 제1회전부터 제3회전까지의 치열한 공방전
제1회전: 뇌신 토르 vs 중화 최강의 영웅 여포 봉선 첫 번째 대결은 북유럽 신화 최강의 전사 토르와 삼국지 최강의 무장 여포 봉선의 대결이었습니다. 두 캐릭터 모두 살아생전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만나보지 못한 고독함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여포는 방천화극을 신기로 연성하여 토르의 묠니르와 맞붙습니다. 초반에는 여포가 토르에게 상처를 입히며 인간도 신에게 대항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듯했으나 각성한 묠니르의 압도적인 파괴력 앞에 결국 여포의 무기가 부서지고 맙니다. 여포는 양 팔이 부러지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싸우려 했으나 토르의 일격에 머리가 날아가며 패배합니다. 인류 측의 첫 패배이자 압도적인 신의 힘을 보여준 서막이었습니다.
제2회전: 신들의 아버지 제우스 vs 인류의 아버지 아담 가장 큰 감동을 주었던 매치로 꼽히는 2회전입니다. 신 측에서는 최고신 제우스가 직접 나섰고 인류 측에서는 최초의 인간 아담이 출전합니다. 아담은 신을 증오해서가 아니라 "아버지가 자식을 지키는 데 이유가 필요한가?"라는 명대사를 남기며 인류를 지키기 위해 주먹을 듭니다. 아담은 신의 기술을 그대로 카피하는 '신허(신의 눈)' 능력을 사용하여 제우스의 시간을 멈추는 주먹까지 따라 하며 제우스를 눞히는 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육체의 한계를 넘어서는 전투가 지속되면서 아담의 눈에 과부하가 걸려 실명하게 되고 결국 제우스와의 난타전 끝에 목숨을 잃습니다. 비록 패배했지만 죽어서도 주먹을 뻗은 채 서 있는 아담의 모습은 신들에게조차 경외감을 심어주었습니다.
제3회전: 바다의 폭군 포세이돈 vs 역사상 최강의 패배자 사사키 코지로 2연패로 벼랑 끝에 몰린 인류 앞에 나선 것은 일본의 검객 사사키 코지로였습니다. 그는 생전에 한 번도 승리해 본 적 없이 패배를 통해 배우고 성장했던 인물입니다. 반면 포세이돈은 태어날 때부터 완벽한 존재로 노력 따위는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오만한 신이었습니다. 포세이돈의 맹공에 사사키는 수없이 죽는 시뮬레이션을 반복하며 대응책을 찾아냅니다. 결국 사사키는 포세이돈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간파하여 그를 썰어버리고 인류에게 역사적인 첫 승리를 안겨줍니다. 노력하는 인간이 오만한 신을 꺾은 상징적인 전투였습니다.
시즌 2 제4회전부터 제6회전까지의 반전과 배신
제4회전: 불굴의 투신 헤라클레스 vs 인류 최악의 살인마 잭 더 리퍼 시즌 2의 시작을 알리는 4회전은 정의와 악의 대결이었습니다. 신 측 대표 헤라클레스는 인간을 사랑하는 정의로운 신이었으나 인류 대표는 연쇄 살인마 잭 더 리퍼였습니다. 런던 시가지를 재현한 경기장에서 잭 더 리퍼는 비열해 보일 정도의 속임수와 전술로 헤라클레스를 농락합니다. 헤라클레스는 끝까지 잭 더 리퍼를 구원하려 하며 정정당당하게 싸우지만 잭 더 리퍼는 자신의 피까지 무기로 만드는 치밀한 함정으로 헤라클레스의 가슴을 뚫어 승리합니다. 인류는 2승을 거두었지만 영웅을 죽인 살인마에게 돌을 던졌고 잭 더 리퍼는 쓸쓸히 경기장을 퇴장합니다.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 에피소드였습니다.
제5회전: 파괴와 창조의 신 시바 vs 타임리스 역사상 최강의 역사 라이덴 타메에몬 5회전은 순수한 육체파들의 대결이었습니다. 인도 신화의 정점 시바와 일본 스모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라이덴 타메에몬이 맞붙습니다. 라이덴은 근육이 너무 비대해져 스스로 근육을 억제하며 살아야 했던 과거를 가지고 있었으나 발키리의 도움으로 근육을 마음껏 해방하여 싸웁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강함을 인정하며 뜨거운 주먹다짐을 주고받습니다. 시바는 자신의 팔이 잘려나가는 부상을 입으면서도 '다 란다바'라는 춤을 추며 불꽃을 일으키는 필살기로 라이덴을 압박합니다. 결국 라이덴은 모든 힘을 쏟아붓고 패배를 인정하며 시바의 발차기에 목이 잘려 사망합니다. 남자들의 뜨거운 우정과 승부욕을 보여준 경기였습니다.
(※ 아래 내용에는 애니메이션 시즌 2 파트 2의 결말과 관련된 강력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직 작품을 감상하지 않으신 분들은 주의 바랍니다.)
제6회전: 칠복신(영복) -> 파순 vs 석가모니(붓다) 가장 충격적인 반전이 일어난 6회전입니다. 원래 신 측 대표로 석가모니가 출전할 예정이었으나 경기장에 들어선 석가모니는 "신이 구원하지 않는다면 내가 구원하겠다"라며 인류 측 대표로 싸우겠다고 선언합니다. 이에 분노한 신들은 칠복신이 합체한 '영복'을 내보냅니다. 석가모니는 압도적인 깨달음의 힘으로 영복을 압도하며 그를 갱생시키려 하지만 갑자기 제6천 마왕 '파순'이 영복의 몸을 뚫고 등장합니다. 파순은 미래를 보는 석가모니의 능력이 통하지 않는 어둠 그 자체였습니다.
석가모니는 파순의 압도적인 힘에 한쪽 눈을 잃고 무기마저 파괴당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합니다. 하지만 소멸해가는 영복이 남긴 의지가 석가모니의 무기와 공명하여 최강의 신기 '대원적·영복'을 만들어냅니다. 석가모니는 "신도 인간도 상관없다. 나는 나다"라는 깨달음과 함께 파순을 일도양단하며 승리합니다. 이로써 스코어는 3대 3 동점이 되었습니다.
치열했던 승부의 결과와 앞으로 이어질 싸움의 서막
석가모니의 극적인 승리로 인류는 다시금 희망을 가지게 됩니다. 신 측은 배신자 석가모니의 승리에 분노하면서도 인류의 저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특히 명계의 왕 하데스가 파순의 등장 배후에 있었던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며 다음 7회전에 직접 출전할 것을 암시합니다. 애니메이션 시즌 2는 석가모니가 치료를 받으러 가는 장면과 함께 다음 대결을 준비하는 브륀힐드의 비장한 모습을 비추며 마무리됩니다. 그리고 쿠키 영상 등을 통해 제7회전의 인류 대표가 중국을 통일한 시황제임이 예고되며 넷플릭스 시청자들에게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폭발시켰습니다.
원작의 박력과 애니메이션의 연출 사이 현실적인 평가
애니메이션 '종말의 발키리'는 장단점이 매우 뚜렷한 작품입니다.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원작이 가진 매력적인 캐릭터와 스토리 그 자체입니다. 신화와 역사를 비틀어 재해석한 캐릭터들의 서사는 몰입도가 상당하며 특히 아담과 잭 더 리퍼 에피소드는 원작 초월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성우들의 연기와 감정선 연출이 훌륭했습니다. 사와시로 미유키를 비롯한 초호화 성우진의 목소리 연기는 듣는 것만으로도 귀를 즐겁게 하며 웅장한 OST는 전투의 비장미를 더해줍니다. 단순히 치고받는 싸움이 아니라 각자가 짊어진 신념의 대결이라는 점을 잘 부각했습니다.
하지만 시즌 1에서 보여주었던 정적인 작화와 연출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마치 PPT를 넘기는 듯한 슬라이드 쇼 연출이나 지나치게 많은 정지 장면은 액션 애니메이션으로서의 역동성을 떨어뜨렸습니다. 다행히 시즌 2에서는 이러한 부분이 다소 개선되어 훨씬 부드러운 움직임과 화려한 이펙트를 보여주었으나 여전히 유포터블이나 마파 같은 최상위 제작사들의 액션 퀄리티와 비교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습니다. 또한 전투 중간중간 과거 회상이 너무 길게 들어가 흐름이 끊긴다는 지적도 존재합니다. 원작의 디테일한 설정을 살리기 위한 장치이지만 빠른 전개를 원하는 시청자들에게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재미'라는 본질적인 요소에서만큼은 합격점을 줄 수 있습니다. 누가 이길지 예측할 수 없는 승부의 긴장감 다음 라운드에는 어떤 위인이 나올지에 대한 호기심은 시청자가 계속해서 다음 화를 누르게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고증 따위는 무시하고 오로지 멋짐과 낭만으로 승부하는 상남자들의 애니메이션을 찾고 있다면 종말의 발키리는 최고의 킬링 타임용 콘텐츠가 될 것입니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전 시즌을 감상할 수 있으니 아직 보지 않았다면 지금 바로 인류 최후의 투쟁에 동참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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