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출시 당시 곤조의 부활을 알렸던 기대작과 엇갈린 반응들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 곤조는 한때 독특한 작품성으로 명성을 떨쳤으나 여러 부침을 겪으며 팬들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 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2013년 모바일 게임을 원작으로 한 절대방위 레비아탄이 방영된다는 소식은 많은 애니메이션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특히 하나자와 카나를 비롯한 당대 최고의 성우진이 캐스팅되었다는 점과 용을 의인화한 미소녀들이 등장한다는 설정은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갖춘 것처럼 보였습니다. 방영 초기에는 귀여운 캐릭터 디자인과 수려한 작화로 호평을 받았으나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전투보다는 일상물에 가까운 전개로 인해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습니다. 어떤 이들은 긴장감 없는 전개에 실망감을 표했지만 반대로 자극적이지 않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힐링 판타지물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시청자들도 존재했습니다. 원작 게임이 서비스를 종료한 지 오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애니메이션만이 가진 독특한 느긋함 덕분에 지금까지도 간혹 회자되는 작품입니다.
평화로운 숲속에서 시작된 요정 시럽과 세 명의 용소녀가 만나는 과정
이야기의 무대는 물과 숲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행성 아쿠아폴입니다. 이곳에는 요정과 용족 그리고 다양한 종족들이 평화롭게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우주에서 떨어진 운석과 함께 루카스라고 불리는 정체불명의 괴물들이 나타나 평화를 위협하기 시작합니다. 이에 위기를 감지한 요정 시럽은 아쿠아폴방위대를 결성하기 위해 강력한 마력을 지닌 적임자를 찾아 여행을 떠납니다. 숲속 깊은 곳에 살고 있는 소녀 레비아탄은 아침마다 창술 연습을 하며 오빠를 기다리는 평범한 용족 소녀였습니다. 어느 날 시럽은 레비아탄의 잠재된 능력을 알아보고 끈질기게 방위대 가입을 권유합니다. 처음에는 귀찮아하며 거절하던 레비아탄이었지만 시럽의 끈질긴 설득과 우연한 사건들을 계기로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부잣집 아가씨이자 마법사형 용족인 바하무트와 엄청난 괴력을 지녔지만 마음씨는 여린 요르문간드가 합류하게 됩니다. 성격도 자라온 환경도 너무나 다른 세 명의 소녀가 시럽이라는 구심점을 통해 하나로 뭉치게 되는 과정은 이 작품의 초반부를 이끄는 핵심적인 재미 요소입니다.
별의 위기를 구하기 위해 결성된 아쿠아폴 방위대의 좌충우돌 모험기
아쿠아폴 방위대라는 거창한 이름을 내걸었지만 이들의 활동은 생각보다 소박하게 흘러갑니다. 루카스라는 괴물이 마을을 습격할 때면 변신하여 멋지게 싸우지만 평소에는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에 더 많은 시간이 할애됩니다. 레비아탄은 겉보기에는 무뚝뚝해 보이지만 사실은 친구를 사귀는 것에 서툴 뿐인 순수한 소녀였고 바하무트는 제멋대로인 듯하지만 누구보다 동료를 아끼는 츤데레 같은 면모를 보여줍니다. 요르문간드는 셋 중에서 가장 어른스러운 듯하면서도 엉뚱한 매력을 발산하며 팀의 균형을 맞춥니다. 이들은 마을 사람들의 사소한 의뢰를 해결해주기도 하고 맛있는 간식을 먹으며 수다를 떨기도 합니다. 전투 장면에서는 각자의 속성인 물과 불 그리고 땅의 힘을 이용하여 협동 공격을 펼치는데 초기에는 호흡이 맞지 않아 티격태격하지만 점차 눈빛만 봐도 서로의 의도를 파악하는 진정한 동료로 거듭납니다. 특히 시럽이 주는 이상한 약을 먹고 강제로 변신하거나 파워업을 하는 개그 요소는 자칫 심각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아쿠아폴의 숨겨진 비밀과 소녀들의 성장 그리고 마지막 전투
※ 아래 내용에는 절대방위 레비아탄 애니메이션의 결말과 관련된 강력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품을 아직 보지 않으신 분들은 주의 바랍니다.
이야기가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아쿠아폴에 닥친 위기의 실체가 점차 드러납니다. 단순히 우주에서 떨어진 괴물인 줄 알았던 루카스들이 사실은 더욱 거대한 악의 존재에 의해 조종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평화롭기만 했던 일상 에피소드들 사이사이에 복선이 깔려 있었고 레비아탄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오빠에 대한 단서도 조금씩 수면 위로 떠오릅니다.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 역할을 하는 거대한 용의 신전에서 소녀들은 자신들이 가진 힘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단순히 힘이 세서 선택받은 것이 아니라 아쿠아폴을 사랑하고 지키고 싶어 하는 마음이 가장 강했기에 용의 힘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최종 결전이 다가오자 하늘을 뒤덮을 만큼 거대한 루카스의 모체가 아쿠아폴 상공에 나타납니다. 그동안 상대했던 졸개들과는 차원이 다른 강력한 힘 앞에 방위대는 고전을 면치 못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공포에 떨며 대피하기 시작하고 시럽조차 절망적인 상황에 눈물을 흘립니다. 하지만 레비아탄은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친구들과 함께 보냈던 소중한 시간들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창을 고쳐 잡습니다. 바하무트와 요르문간드 역시 레비아탄의 용기에 감응하여 마지막 힘을 짜내어 변신을 시도합니다. 세 소녀의 마력이 하나로 공명하며 전설 속의 진정한 용의 형상이 구현되고 그 힘은 어둠을 몰아내는 눈부신 빛이 되어 전장을 감쌉니다.
치열한 공방 끝에 레비아탄의 일격이 적의 핵을 꿰뚫으며 거대한 괴물은 소멸합니다. 전투가 끝난 후 폐허가 된 마을을 바라보며 소녀들은 잠시 슬픔에 잠기지만 곧이어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씩 나와 감사를 표하자 환한 미소로 화답합니다. 거창한 영웅 대우를 바라지 않았던 그녀들에게 가장 큰 보상은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 레비아탄은 오빠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흔적을 발견하고 다시금 희망을 품습니다. 방위대는 해산하지 않고 여전히 마을의 소소한 문제들을 해결하며 티타임을 즐기는 모습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됩니다. 세계를 구했다는 비장함보다는 내일도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행복감이 더욱 강조된 결말입니다. 결국 이 작품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거대한 정의 실현이 아니라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평범한 하루의 가치였음을 보여줍니다.
화려한 성우진과 캐릭터 디자인에 비해 다소 힘이 빠지는 스토리 전개
절대방위 레비아탄을 평가할 때 가장 먼저 언급해야 할 부분은 바로 초호화 성우진입니다. 하나자와 카나 키타무라 에리 타케타츠 아야나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인기 성우들이 주연을 맡아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습니다. 그녀들의 연기 덕분에 다소 평면적일 수 있었던 캐릭터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일상 파트에서의 만담이나 소소한 대화들이 지루하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또한 곤조 특유의 깔끔하고 미려한 작화는 용소녀들의 변신 장면이나 마법 효과를 아름답게 표현해 눈을 즐겁게 했습니다. 캐릭터 디자인 역시 원작 게임의 일러스트를 잘 살려내어 피규어나 굿즈로 소장하고 싶을 만큼 귀엽게 완성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들을 무색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스토리의 깊이 부족입니다. 세계관 설정은 흥미로웠으나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이 너무나 단조로웠습니다. 매화 반복되는 루카스의 습격과 변신 그리고 승리라는 패턴은 중반부 이후 시청자들에게 피로감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악당들의 목적이나 배경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여 긴장감이 떨어졌고 주인공들이 겪는 갈등이나 시련 또한 너무 쉽게 해결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2500자 이상의 줄거리로 풀어내기에는 핵심 사건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전체적인 서사가 헐거웠다는 점은 분명한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모바일 게임 홍보용 애니메이션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넘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까움이 듭니다.
가볍게 즐기는 킬링타임용 애니메이션으로서 절대방위 레비아탄이 가지는 의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방위 레비아탄은 복잡한 생각 없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찾는 이들에게는 훌륭한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 유행하는 이세계 전생물이나 자극적인 다크 판타지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이 작품이 주는 순한 맛은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묘사가 거의 없어 학생들은 물론 누구나 부담 없이 시청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또한 우정과 협동이라는 보편적인 가치를 귀여운 캐릭터들을 통해 거부감 없이 전달하고 있어 보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비록 명작의 반열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특정 시청층에게는 힐링을 선사했던 작품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작화나 성우 연기만으로도 한 번쯤은 감상할 가치가 충분하며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꺼내 보면 좋은 청량음료 같은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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