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개봉 당시 전 일본을 눈물바다로 만든 아노하나 제작진의 새로운 신화
2015년 9월 일본에서 개봉한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 애니메이션은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제작진이 다시 뭉쳐 만든 작품으로 개봉 전부터 엄청난 기대를 모았습니다. 나가이 타츠유키 감독과 오카다 마리 각본가 그리고 타나카 마사요시 캐릭터 디자인까지 이어지는 황금 조합은 청춘들의 섬세한 감정선을 스크린에 옮겨놓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습니다. 당시 시청자들은 아노하나에서 느꼈던 그 절절한 감동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는 사실에 열광하며 극장을 찾았습니다. 실제로 이 작품은 개봉 이후 평단의 극찬과 함께 흥행에도 성공하며 일본 청춘 애니메이션의 한 획을 그었습니다. 누구나 가슴속에 품고 있지만 차마 내뱉지 못한 말들이 있다는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었기에 학생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공감을 이끌어냈습니다. 특히 실사 영화로도 제작될 만큼 탄탄한 서사와 매력적인 캐릭터 구성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의 인생 작품으로 손꼽히는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달걀 요정의 저주로 말을 잃어버린 소녀 나루세 준의 비극적인 어린 시절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 이야기는 어린 시절 아주 활발하고 상상력이 풍부했던 소녀 나루세 준의 시점에서 시작됩니다. 준은 산 위에 있는 성처럼 생긴 건물을 동화 속 무도회장이라 믿으며 그곳에서 나오는 사람들을 왕자님과 공주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준은 자신의 아버지가 낯선 여성과 그 건물에서 나오는 장면을 목격하고 이를 순수한 마음으로 어머니에게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그 건물의 정체는 러브호텔이었고 준의 한마디는 단란했던 가정을 순식간에 파탄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아버지는 집을 나가며 모든 것이 준의 수다 때문이라는 잔인한 말을 남겼고 준은 자신의 말이 누군가를 불행하게 만든다는 깊은 죄책감에 빠졌습니다. 그때 준의 눈앞에 나타난 달걀 요정은 더 이상 남을 상처 입히지 않도록 입을 봉인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날 이후 준은 말을 하려고 하면 복통을 느끼게 되었고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침묵 속에 자신을 가두며 살아오게 되었습니다.
우연히 결성된 지역 교류회 실행위원들이 마주한 소통의 어려움
고등학교 2학년이 된 준은 담임 선생님의 권유로 지역 교류회 실행위원에 임명됩니다. 준과 함께 위원이 된 학생들은 무기력한 소년 사카가미 타쿠미와 전 야구부 에이스였던 타사키 다이키 그리고 치어리더부 부장인 니토 나츠키입니다. 이들 네 명은 서로 접점이 전혀 없었을 뿐만 아니라 각자 남모를 상처와 고민을 안고 있었습니다. 타쿠미는 부모님의 이혼 이후 자신의 진심을 숨긴 채 타인과 거리를 두며 살아왔고 나츠키는 타쿠미와의 과거 연애사로 인해 마음의 짐을 지고 있었습니다. 다이키는 부상으로 인해 야구를 그만둔 뒤 열등감에 빠져 동료들에게 독설을 내뱉는 상태였습니다. 처음에는 서먹하고 갈등만 가득했던 이들이었으나 말을 할 수 없는 준이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소통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합니다. 특히 타쿠미는 준이 겪고 있는 고통이 실제 저주가 아니라 마음의 병임을 직감하고 그녀의 목소리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조심스럽게 다가갑니다.
말을 할 수 없는 소녀가 노래로 진심을 전하기 위해 선택한 뮤지컬이라는 무대
지역 교류회 행사로 무엇을 할지 고민하던 중 타쿠미는 준의 중얼거림을 우연히 듣게 됩니다. 준은 말을 하면 배가 아프지만 노래를 부르면 괜찮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타쿠미는 준의 이런 특성을 살려 뮤지컬을 제안합니다. 처음에는 모두가 반대했지만 준이 자신의 진심을 담아 작성한 이야기를 본 친구들은 조금씩 동요하기 시작합니다. 준의 이야기는 말을 잃어버린 소녀가 성안에 갇혀 지내다 왕자님을 만나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이는 곧 준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였습니다. 실행위원들은 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대본을 쓰고 이브의 노래와 같은 유명한 클래식 음악들에 가사를 붙여 뮤지컬을 완성해 나갑니다. 이 과정에서 다이키는 준의 진심을 무시했던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며 적극적으로 협력하게 되고 나츠키 역시 복잡한 감정을 정리하며 뮤지컬 성공을 위해 힘을 보탭니다. 준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의 목소리가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연습에 매진합니다.
각자의 상처를 품은 네 명의 청춘이 음악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
뮤지컬 연습이 진행되면서 네 명의 주인공은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고 위로하며 성장합니다. 준은 타쿠미가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믿으며 그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행사 전날 밤 준은 타쿠미와 나츠키가 나누는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됩니다. 나츠키가 타쿠미에게 여전히 마음이 있다는 사실과 타쿠미 역시 그녀를 배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준은 다시 한번 큰 상실감에 빠집니다. 자신이 믿었던 유일한 왕자님이 다른 사람을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에 준은 달걀 요정의 저주가 다시 시작된 것처럼 느끼며 행사 당일 종적을 감춥니다. 주연 배우가 사라진 상황에서 뮤지컬은 취소될 위기에 처하지만 타쿠미는 준을 찾기 위해 그녀의 추억이 깃든 장소로 달려갑니다. 나머지 친구들은 준의 자리를 비워둔 채 공연을 시작하며 그녀가 돌아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립니다.
(※ 아래 내용에는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 영화의 주요 전개와 결말과 관련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품을 보지 않으신 분들은 주의 바랍니다.)
무대 위에서 터져 나온 진심과 모두의 가슴을 울린 마지막 노래의 울림
타쿠미는 어린 시절 준의 가정이 깨졌던 바로 그 폐허가 된 러브호텔 건물에서 준을 발견합니다. 준은 그곳에서 타쿠미에게 그동안 쌓아왔던 온갖 원망과 진심을 쏟아냅니다. 타쿠미는 그녀의 모든 말을 묵묵히 들어주며 준이 더 이상 자신을 탓하지 않도록 다독입니다. 준은 타쿠미에게 좋아한다는 고백까지 전하지만 타쿠미는 미안하다는 말로 정중히 거절하며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은 따로 있음을 밝힙니다. 비록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준은 자신의 감정을 모두 말로 내뱉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 속의 응어리가 풀리는 것을 느낍니다. 두 사람은 서둘러 학교 강당으로 향하고 공연이 절정에 달했을 때 준은 무대 뒤편에서 걸어 나오며 노래를 시작합니다. 그녀의 맑고 고운 목소리가 강당 가득 울려 퍼지자 관객들은 물론 준의 어머니까지 눈물을 흘리며 그녀의 진심을 받아들입니다. 뮤지컬은 대성공으로 끝이 나고 준은 더 이상 달걀 요정의 저주에 시달리지 않게 됩니다. 행사가 끝난 뒤 다이키는 준에게 조심스럽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고 네 명의 친구가 각자의 자리에서 밝게 웃으며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는 모습으로 영화는 끝을 맺습니다.
섬세한 심리 묘사가 돋보이지만 전개 방식에서 느껴지는 현실적인 장단점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 애니메이션은 청춘들의 복잡미묘한 심리를 시각적 은유와 음악으로 훌륭하게 풀어낸 수작입니다. 장점으로는 단연 캐릭터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섬세한 연출력을 꼽을 수 있습니다. 주인공 준이 말을 못 하는 대신 보여주는 표정과 몸짓 그리고 휴대전화 메시지를 활용한 연출은 시청자들의 몰입을 극대화합니다. 또한 베토벤의 비창이나 오버 더 레인보우 같은 익숙한 선율에 주인공들의 서사를 녹여낸 음악들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측면에서 단점도 존재합니다. 달걀 요정이라는 판타지적 소재를 준의 심리적 기제로 활용했는데 이를 지나치게 아동틱하게 느끼는 시청자들에게는 다소 이질감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결말 부분에서 주인공 준과 타쿠미의 로맨스가 이루어지지 않고 다소 갑작스럽게 다이키가 고백하는 전개는 전통적인 로맨스를 기대했던 팬들에게는 당혹스러움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서사의 중심이 준의 개인적인 성장에 맞춰져 있다 보니 주변 인물들의 갈등 해결 방식이 다소 급하게 마무리된 점도 아쉬운 대목입니다.
진심을 전하는 용기가 필요한 우리 모두에게 바치는 따뜻한 위로
결론적으로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 작품은 소통의 부재로 인해 고통받는 현대인들에게 큰 울림을 주는 애니메이션입니다. 말이라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날카로운 칼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상처를 치유하는 가장 강력한 약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영화는 시종일관 강조합니다. 고등학생 시청자들에게는 친구 관계나 가정 내에서의 갈등을 어떻게 마주하고 극복해야 하는지에 대한 따뜻한 지침서가 되어줄 것입니다. 완벽한 해피엔딩은 아닐지라도 자신의 상처를 직시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는 메시지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줍니다. 잔잔하면서도 강렬한 감동을 원하는 분들이라면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 속에서 준이 불렀던 노래 가사 하나하나를 음미하며 감상해 보시길 권장합니다. 가슴속에 꽁꽁 숨겨두었던 여러분의 진심도 언젠가 아름다운 노래가 되어 세상에 울려 퍼질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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