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2023년 개봉 이후 전 세계 애니메이션 팬들을 열광시킨 작품입니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10년 만의 신작이자 그의 은퇴작으로 알려지면서 개봉 전 마케팅을 일절 하지 않는 파격적인 방식으로 궁금증을 더했습니다. 이러한 비밀주의 전략은 오히려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고 개봉 직후부터 영화의 해석을 놓고 수많은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 작품은 평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들처럼 아름다운 영상미를 자랑하면서도 훨씬 더 난해하고 상징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보는 사람마다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게 만들었습니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줄거리와 등장인물
태평양 전쟁이 한창이던 1943년 도쿄에 살던 소년 마히토는 병원 화재로 어머니 히사코를 잃는 비극을 겪습니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아버지는 어머니의 여동생인 나츠코와 재혼하고 마히토는 아버지와 함께 어머니의 고향인 한적한 시골 저택으로 이사를 합니다. 그러나 마히토는 새롭게 생긴 가족과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마음을 닫은 채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히토는 학교에서 아이들과 다투고 난 뒤 스스로 돌로 머리를 때려 자해를 하는 기행을 벌입니다.
새로운 집에 도착한 마히토는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회색 왜가리 한 마리를 만나게 됩니다. 이 왜가리는 마히토에게 다가와 "너의 어머니는 아직 살아있으니 어서 와라"고 말을 하며 그를 알 수 없는 탑으로 이끕니다. 이 탑은 마히토의 어머니 히사코가 실종되기 전 살았던 곳이며 현재는 아무도 들어가지 않는 금단의 장소였습니다. 마히토는 왜가리의 수상한 말에 이끌려 탑 주변을 맴돌다 숲속에서 길을 잃습니다. 그러던 중 마히토의 새 어머니이자 이모인 나츠코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마히토는 나츠코를 찾기 위해 왜가리의 안내를 받아 탑으로 들어갑니다.
탑 안으로 들어간 마히토는 현실 세계와는 전혀 다른 기묘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경험하게 됩니다. 그곳에서 마히토는 나츠코를 찾기 위해 다양한 인물들과 만나게 됩니다. 젊은 시절의 어머니인 히미를 만나게 되고 탑의 관리자인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또한 거대한 앵무새 무리 펠리컨들 그리고 기묘한 생명체인 와라와라를 만나며 그들과 함께 모험을 하게 됩니다. 왜가리는 처음에는 마히토를 속이려 하지만 결국에는 마히토의 진정한 조력자가 되어 함께 모험을 떠납니다. 마히토는 모험을 통해 잃어버렸던 어머니의 흔적을 찾고 이모인 나츠코와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깨달아 갑니다.
※ 아래 내용에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영화의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주의 바랍니다.
마히토는 모험 끝에 탑의 최상층에서 이 세계를 만들고 관리하는 탑의 주인인 할아버지를 만나게 됩니다. 할아버지는 마히토의 증조할아버지였으며 마히토에게 이 세계를 물려받아 관리해달라고 부탁합니다. 할아버지는 마히토에게 "악의 없는 순수한 돌멩이"를 보여주며 이 세계를 평화롭게 유지할 수 있는 책임과 선택을 강요합니다. 그러나 마히토는 자신의 머리에 난 상처를 보여주며 "나는 악의 없는 존재가 아니다"라고 대답합니다. 그리고 이 세계를 계승하기를 거부하고 현실 세계로 돌아가기로 결정합니다. 마히토는 비록 불완전하고 악의를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 세계의 삶을 선택합니다. 마히토는 나츠코와 함께 현실 세계로 돌아오게 되고 다시 시작되는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영화는 전쟁이 끝난 후 마히토가 친구들과 함께 도쿄로 돌아가는 장면으로 끝을 맺으며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한번 던집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자전적인 이야기와 상징적 의미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깊이 담겨 있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 마히토의 배경은 실제로 미야자키 감독이 어린 시절 겪었던 일들과 유사합니다. 어머니가 결핵을 앓았고 전쟁 중에는 공습을 피해 가족과 함께 시골로 피난을 갔던 경험이 마히토의 이야기와 겹쳐집니다. 영화 속 탑은 미야자키 감독이 살아온 삶과 작품 세계를 상징하며 그 안에서 만나는 인물들은 그의 주변 인물들이나 작품 속 캐릭터들을 투영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특히 젊은 시절의 어머니 히미는 감독이 생각했던 이상적인 어머니의 모습으로 그려지고 마히토가 탑에서 만나는 수많은 기묘한 생명체들은 감독의 상상력과 창작의 고통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삶과 죽음 그리고 선택에 대한 미야자키의 메시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삶과 죽음 그리고 선택에 대한 깊은 메시지를 던져줍니다. 영화 초반 마히토는 어머니를 잃은 슬픔과 죄책감에 시달리며 현실을 회피하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탑 안의 기묘한 세계를 여행하며 그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고 결국 현실을 마주하는 용기를 얻게 됩니다. 영화 속 탑은 죽음의 세계와 삶의 세계를 이어주는 통로이며 마히토가 그 안에서 겪는 모험은 곧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과정입니다. 할아버지가 마히토에게 이 세계를 물려주려 했던 것은 미야자키 감독이 후배들에게 자신의 창작 세계를 물려주려 했던 노력의 상징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마히토는 그 제안을 거절하고 불완전하지만 아름다운 현실 세계를 선택합니다. 이는 결국 미야자키 감독이 창조의 고통을 물려주는 대신 다음 세대가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영화의 깊이 있는 감동과 아쉬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특유의 아름다운 작화와 섬세한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특히 물과 불을 이용한 연출은 숨 막힐 정도로 아름다워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냅니다. 영화 곳곳에 숨겨진 상징과 복선들은 관객들에게 깊이 있는 감동과 생각할 거리를 제공합니다. 또한 오랜 시간 침묵을 지키던 감독이 자신의 삶과 작품 세계를 돌아보며 만든 마지막 메시지는 지브리 팬들에게 더없이 소중한 선물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난해한 줄거리와 추상적인 전개로 인해 대중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관객들에게는 다소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복잡한 상징과 비유들이 많아 한 번 봐서는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기 어렵고 영화의 깊은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러 번 반복해서 봐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또한 기존 지브리 작품들처럼 명확한 서사와 뚜렷한 메시지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감독의 의도된 연출이며 오히려 이러한 난해함 때문에 더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그의 예술적 삶을 집대성한 걸작입니다. 복잡하고 난해하지만 그 안에 담긴 감독의 깊은 사유와 따뜻한 마음은 관객들에게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감동을 선사합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팬이라면 반드시 보아야 할 작품이며 애니메이션의 예술적 가치를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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