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신드롬을 이끈 캐릭터의 힘
2020년 애니메이션 '주술회전' 1기가 방영되었을 때 시장의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습니다. 제작사 MAPPA의 감각적인 영상미와 스타일리시한 액션 연출은 순식간에 전 세계 팬들을 사로잡았습니다. 하지만 이 신드롬의 중심에는 무엇보다 강력한 생명력을 지닌 '주술회전'의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주술회전'은 단순히 선과 악의 대결을 그리지 않습니다. 그 안에는 각자의 신념과 상처 그리고 결핍을 안고 싸우는 입체적인 인물들이 가득합니다. 팬덤이 자신의 '최애' 캐릭터를 두고 뜨겁게 토론하는 현상 자체가 이 작품이 지닌 캐릭터성의 힘을 증명합니다. 오늘은 '주술회전'의 세계를 지탱하는 이 매력적인 인물들의 속을 깊이 들여다보겠습니다.
현대 소년만화의 새로운 아이콘 이타도리 유지
'주술회전'의 주인공 이타도리 유지는 전통적인 소년만화 주인공의 틀을 따르면서도 동시에 그 틀을 깨부수는 인물입니다. 그는 시작부터 초인적인 신체 능력을 지녔지만 주술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평범한 고등학생이었습니다. 그의 삶을 바꾼 것은 할아버지의 유언 "너는 강하니까 사람들을 도와라" 그리고 "올바른 죽음"에 대한 고뇌였습니다.
이타도리 유지의 가장 큰 매력은 저주를 짊어지는 운명 앞에서도 꺾이지 않는 긍정성입니다. 그는 주령에게 습격당한 선배와 후시구로 메구미를 구하기 위해 망설임 없이 '양면 스쿠나'의 손가락을 삼킵니다. 이는 그를 최악의 저주 '스쿠나의 그릇'이라는 비극적 운명으로 밀어 넣었지만 동시에 그가 주술사로서의 길을 걷는 이유가 됩니다.
그는 자신이 스쿠나 때문에 죽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도 "그래도 살아있는 동안은 사람들을 구하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는 자신이 거대한 시스템의 '부품'으로서 죽어야 함을 이해하지만 그 순간까지 최선을 다합니다. 이타도리 유지는 무한한 재능이나 특별한 혈통이 아닌 자신의 죽음을 담보로 한 선의와 강인한 정신력으로 싸웁니다. 그의 긍정적인 태도는 '주술회전'의 어둡고 절망적인 세계관 속에서 유일한 등불처럼 느껴집니다.
어둠 속에서 신념을 찾는 그림자 후시구로 메구미
이타도리 유지가 태양이라면 후시구로 메구미는 그림자입니다. 그는 '주술고전' 1학년 동기이자 주술 3대 가문 중 하나인 젠인 가의 피를 이었지만 가문을 등진 인물입니다. 이타도리와 달리 냉철하고 현실적인 성격을 가졌습니다.
후시구로 메구미의 신념은 이타도리보다 더 선별적입니다. 그는 "내가 불평등하게 구하는 것은 선인뿐"이라고 말합니다. 모든 사람을 구하려는 이타도리와 달리 그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가치에 따라 구원의 대상을 선택합니다. 이는 그가 겪어온 냉혹한 현실을 반영합니다.
그의 술식인 '십종영법술'은 그림자를 매개로 10가지 식신을 다루는 강력하고 잠재력 높은 능력입니다. 스쿠나마저 그의 잠재력을 눈여겨볼 정도입니다. 후시구로는 처음에는 자신의 능력을 아끼며 싸웠지만 이타도리를 만나고 여러 전투를 겪으며 '자신을 버리고 더 이기적'으로 힘을 개방하는 법을 배웁니다. 그의 성장은 '주술회전'의 핵심적인 관전 포인트 중 하나이며 이타도리 유지와는 또 다른 방식의 주인공형 캐릭터라 할 수 있습니다.
꺾이지 않는 강인함과 의리 쿠기사키 노바라
'주술회전' 1학년 3인방의 마지막 멤버 쿠기사키 노바라는 근래 보기 드문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입니다. 그녀는 시골을 벗어나 도쿄에서 화려하게 살고 싶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욕망을 당당하게 외칩니다. 동시에 불의를 참지 못하고 동료를 위해서라면 망설임 없이 자신을 희생하는 강인함을 지녔습니다.
쿠기사키 노바라의 매력은 '자신을 잃지 않는 당당함'입니다. 그녀는 '여자 주술사'라는 프레임에 갇히기를 거부합니다. 강해지고 싶은 이유도 예쁘게 꾸미고 싶은 이유도 모두 '자기 자신'을 위해서입니다. 이러한 그녀의 태도는 많은 팬들에게 깊은 공감을 샀습니다.
그녀의 '추령주법'은 못과 망치 짚인형을 사용하는 독특한 술식입니다. 적에게 못을 박아 저주를 흘려보내거나 적의 일부를 이용해 본체에 직접 타격을 주는 '공명'은 매우 위협적입니다. 그녀는 이타도리 유지 후시구로 메구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동등한 전력이자 셋의 관계를 끈끈하게 묶어주는 구심점 역할을 합니다. 그녀의 거침없는 언행과 시원한 전투 스타일은 '주술회전' 캐릭터 라인업에 활기를 불어넣습니다.
작품의 아이콘이자 절대 최강 '고죠 사토루'
'주술회전'의 인기를 이야기할 때 '고죠 사토루'라는 이름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는 '현대 최강의 주술사'라는 칭호에 걸맞게 작품 속 압도적인 힘의 균형추 역할을 합니다. 그의 존재 하나만으로 주령과 저주사들은 대대적인 활동을 벌이지 못할 정도입니다.
고죠 사토루의 매력은 이 아이러니한 조합에서 나옵니다. 그는 세상을 뒤엎을 힘을 가졌지만 평소에는 장난기 많고 경박해 보이는 '쿨한 선생님'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전투에 돌입하거나 자신의 신념을 관철할 때는 누구보다 냉철하고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보여줍니다.
그의 능력인 '무하한 주술'과 '육안'은 그를 무적으로 만듭니다. 접근하는 모든 것을 무한히 느리게 만들어 방어하고 공간을 압축하거나 비트는 강력한 공격을 구사합니다. 궁극기인 '영역 전개 무량공처'는 상대의 뇌에 무한한 정보를 쏟아부어 폐인으로 만듭니다.
하지만 고죠 사토루는 단순히 강하기만 한 캐릭터가 아닙니다. 그는 보수적인 주술계 상층부를 혐오하며 이타도리 유지 후시구로 메구미 같은 강하고 총명한 차세대를 키워 세상을 바꾸려는 혁명가적 면모를 지녔습니다. 그의 힘은 동시에 그를 고독하게 만드는 족쇄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압도적인 힘과 인간적인 고뇌가 공존하는 점이 '고죠 사토루'를 '주술회전' 최고의 인기 캐릭터로 만들었습니다.
각자의 정의를 외치는 어른들과 선배들
'주술회전'의 매력은 주역 4인방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1학년들의 든든한 선배인 2학년들 역시 독특한 개성을 자랑합니다. 주술 명가 젠인 가에서 태어났지만 주력이 없어 차별받고 이를 악물고 신체 능력을 단련한 젠인 마키 주언(呪言)의 대가로 자신이 뱉는 말이 저주가 되어 평소 주먹밥 재료로만 대화하는 이누마키 토게 그리고 갑자기 변이한 주해인 판다까지 각자의 사연과 매력을 뽐냅니다.
또한 '주술회전'의 '어른들'은 작품의 깊이를 더합니다. 특히 나나미 켄토는 고죠 사토루와 정반대의 매력을 가진 인물입니다. 그는 주술고전을 졸업하고 일반 회사에 취직했지만 "노동은 쓰레기다"라는 명대사를 남기고 주술사로 복귀한 현실주의자입니다. 그는 감정이 아닌 철저한 '규율'과 '책임감'으로 일합니다. 그의 프로페셔널한 전투 방식과 이타도리 유지를 이끌어주는 어른스러운 모습은 '고죠 사토루'와는 또 다른 '최애' 열풍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매력과 비극성 사이 인물의 입체감
'주술회전'의 캐릭터들은 이처럼 각자의 확고한 신념과 서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타도리 유지가 짊어진 비극적인 운명 고죠 사토루가 가진 최강의 고독 후시구로 메구미의 잠재력과 과거 쿠기사키 노바라의 당당함은 팬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워낙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많다 보니 일부 캐릭터들은 이야기의 빠른 전개 속에서 그 매력을 다 보여주기도 전에 소모되거나 비중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입니다. 특히 '고죠 사토루'라는 절대적인 힘의 존재는 때로 다른 캐릭터들의 활약을 가리는 파워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주술회전'이 이토록 사랑받는 이유는 이 캐릭터들이 완벽한 영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모두 결핍을 안고 있고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발버둥 칩니다. 이들의 처절한 싸움과 입체적인 매력이야말로 '주술회전'을 현시대 최고의 다크 판타지로 만든 핵심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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