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다크 판타지의 새 지평을 연 화제작
2020년 10월 '주술회전' 애니메이션 1기가 제작사 MAPPA의 손에서 탄생했을 때 그 반응은 즉각적이었습니다. 원작 만화가 이미 큰 인기를 끌고 있었지만 감각적인 연출과 스타일리시한 액션이 더해진 애니메이션은 그야말로 '주술회전' 신드롬을 일으켰습니다.
어둡고 비정한 세계관을 다루면서도 특유의 유머 감각을 잃지 않는 독특한 분위기가 팬들을 사로잡았습니다. 특히 '귀멸의 칼날'이 비극 속의 따뜻한 가족애를 조명했다면 '주술회전'은 인간의 가장 어두운 감정인 '저주'를 정면으로 다루며 다크 판타지 장르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후 방영된 2기 '시부야 사변' 편은 압도적인 작화와 절망적인 전개로 또 한 번 전 세계 팬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모든 것의 근원 '주력'과 '주령'
'주술회전' 세계관을 이해하기 위한 첫 번째 핵심 키워드는 바로 '주력(呪力)'입니다. 주력은 인간의 부정적인 감정 즉 공포 분노 질투 원망 등에서 새어 나오는 에너지입니다. 일반인들은 이 주력을 감지하거나 제어하지 못하고 그저 무의식적으로 흘려보낼 뿐입니다.
'주령(呪靈)'은 바로 이 주력이 한곳에 모여 뭉쳐지면서 형태를 갖춘 존재입니다. 인간의 저주에서 태어난 괴물이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주령은 일반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으며 오직 인간을 공격하고 해치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학교 병원 공동묘지처럼 사람들이 부정적인 감정이나 기억을 많이 남기는 장소일수록 강력한 주령이 태어나기 쉽습니다. '주술회전'의 이야기는 이 보이지 않는 위협인 주령으로부터 일반인들을 몰래 지키는 사람들의 싸움을 그리고 있습니다.
주령에게도 등급이 존재합니다. 가장 약한 4급부터 3급 2급 1급 그리고 재앙 수준의 힘을 가진 '특급'으로 나뉩니다. 원작에서는 4급은 나무 배트로도 잡을 수 있지만 1급은 산탄총이 있어도 겨우 상대할 정도이며 특급 주령은 클러스터 폭탄으로 융단 폭격을 해도 쓰러뜨릴지 장담할 수 없다고 묘사됩니다. 마히토 조고 하나미처럼 인간과 소통이 가능하고 지능이 높은 특급 주령들은 '주술회전' 이야기의 핵심적인 위협이 됩니다.
저주를 저주로 맞서는 '주술사'
'주령'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몸속의 '주력'을 의식적으로 제어하고 사용할 수 있는 이들을 '주술사(呪術師)'라고 부릅니다. '주술회전' 세계관의 주인공들이 바로 이 주술사입니다.
일반인들이 흘려보내는 주력이 주령의 발생 원인이라면 주술사는 그 주력을 역으로 사용하여 주령을 퇴치합니다. 즉 '저주를 상대할 수 있는 것은 저주뿐'이라는 것이 이 세계관의 대전제입니다.
주술사는 주력을 신체에 둘러 신체 능력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 이타도리 유지가 초반에 보여주는 괴력은 무의식적인 주력 강화의 일종이었습니다. 또한 주력을 무기나 도구에 둘러 주령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주구(呪具)'를 만들어 사용하기도 합니다.
주술사 역시 주령과 마찬가지로 4급부터 특급까지 등급이 나뉩니다. 임무는 보통 자신과 동급이거나 한 단계 낮은 등급의 주령을 상대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주술사 중에서도 '특급 주술사'는 단 4명(고죠 사토루 게토 스구루 츠쿠모 유키 옷코츠 유타)뿐이며 이들은 단 혼자서 국가를 전복시킬 수 있을 정도의 막대한 힘을 상징합니다. '주술회전'의 파워 밸런스는 이 특급 주술사들을 중심으로 움직입니다.
타고난 재능 '술식'과 '주술고전'
모든 주술사가 강력한 기술을 쓰는 것은 아닙니다. 주술사들의 전투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술식(術式)'입니다.
주력을 자동차의 '연료'라고 비유한다면 술식은 그 연료를 사용하는 '엔진'이나 '기능'에 해당합니다. 술식은 태어날 때부터 몸에 새겨지는 선천적인 재능입니다. 아무리 주력이 많아도 술식이 없으면 그저 신체 강화를 하거나 주먹에 주력을 담아 때리는 단순한 공격밖에 할 수 없습니다.
'주술회전'의 매력적인 캐릭터들은 대부분 강력한 고유의 술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죠 사토루의 '무하한'은 자신에게 접근하는 모든 것을 무한히 느리게 만드는 술식입니다. 후시구로 메구미는 그림자를 매개로 10종류의 식신을 다루는 '십종영법술'을 사용합니다.
이러한 술식은 대부분 고죠 가문 젠인 가문 카모 가문 같은 '주술 3대 가문'에서 혈통을 통해 이어집니다. 타고난 술식의 유무와 그 강함이 주술사의 운명을 결정짓는 것입니다.
이런 주술사들을 양성하고 관리하는 기관이 바로 '주술고등전문학교' 줄여서 '주술고전'입니다. 도쿄와 교토 두 곳에 존재하며 표면적으로는 사립 종교계 학교로 위장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어린 주술사들은 주력 다루는 법과 주령 퇴치 방법을 배우고 주술사로 활동하며 임무를 수행합니다.
주술회전의 꽃 '영역 전개' 파헤치기
'주술회전' 세계관에서 전투의 정점이자 주술사가 구사할 수 있는 궁극의 기술이 바로 '영역 전개(領域展開)'입니다.
※ 이 설명에는 주술회전 작품의 핵심 능력과 관련된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영역 전개란 자신의 주력을 막대하게 소모하여 자신만의 '생득 영역' 즉 마음속 세상을 현실에 구현하는 기술입니다. 주술사는 자신만의 결계를 펼쳐 상대방을 그 안에 가둡니다.
영역 전개가 무서운 이유는 단 두 가지입니다. 첫째 영역 내부에서는 주술사 본인의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합니다. 둘째 영역 안에서 발동된 술식은 '반드시 명중(필중)'하게 됩니다.
아무리 빠른 상대라도 방어 불가능한 상대라도 영역 안에 가두기만 하면 자신의 공격을 무조건 맞힐 수 있습니다. 고죠 사토루의 '무량공처'는 상대방의 뇌에 무한한 정보를 쏟아부어 아무것도 못하게 만듭니다. 특급 주령 조고의 '개관철위산'은 영역 내부를 화산처럼 만들어 상대를 불태웁니다.
이처럼 강력한 기술이기에 영역 전개는 막대한 주력을 소모하는 최후의 수단입니다. 만약 영역 전개를 사용하고도 적을 쓰러뜨리지 못하면 주술사는 술식을 일시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위험에 빠집니다.
영역 전개에 대항하는 방법은 영역 밖으로 탈출하거나 혹은 자신도 '영역 전개'를 펼쳐 맞서는 것뿐입니다. 두 개의 영역이 충돌하면 더 세련되고 강력한 술식을 가진 쪽이 승리하게 됩니다.
'주술회전' 세계관의 매력과 진입 장벽
'주술회전'의 세계관은 이처럼 매우 논리적이고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인간의 부정적인 감정이 저주가 된다는 설정은 현대 사회의 어두운 면을 반영하는 듯하여 깊은 몰입감을 줍니다. 특히 주력 술식 영역 전개로 이어지는 독창적인 파워 시스템은 전투 장면을 단순한 힘겨루기가 아닌 전략적인 수 싸움으로 만들어줍니다.
물론 현실적인 아쉬움 즉 진입 장벽도 존재합니다. 주력 주령 술식 주술사 주구 등 비슷하면서도 다른 용어들이 초반에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입문자들이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또한 '특급' 주술사와 그 외 주술사들 간의 힘의 격차가 너무나도 극심하게 그려지는 점은 때로 파워 밸런스에 대한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복잡함과 압도적인 힘의 차이야말로 '주술회전' 특유의 절망적이고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핵심 요소입니다. 이 세계관을 이해하고 나면 '주술회전'의 전투가 왜 그토록 매력적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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