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피스 애니메이션은 하늘섬이라는 장대한 모험을 마치고 내려온 루피 일행에게 잠시 쉬어가는 듯한 유쾌한 에피소드를 선사했습니다. 바로 2004년부터 일본 현지에서 방영을 시작했던 롱 링 롱 랜드 편입니다. 이곳은 모든 생명체와 식물이 길게 늘어난 기묘한 섬으로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당시 팬들의 반응은 상당히 극과 극으로 나뉘었습니다. 하늘섬에서의 긴박했던 전투 이후에 갑자기 등장한 개그 위주의 전개에 당황하는 시청자들도 있었지만 원피스 특유의 유머와 동료애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는 평가도 많았습니다. 특히 애니메이션에서는 원작 만화보다 게임의 가짓수를 대폭 늘려 방영했기 때문에 분량이 상당히 길어졌습니다. 이는 원작과의 진도 차이를 벌리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덕분에 우리는 폭시 해적단과의 더 다양한 승부를 지켜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해적들의 잔혹하고도 기발한 전통 데이비 백 파이트의 규칙과 배경 설명
평화롭게 섬을 구경하던 루피 일행 앞에 나타난 인물은 은우두머리 폭시였습니다. 그는 루피에게 해적들의 전설적인 게임인 데이비 백 파이트를 제안합니다. 이 게임은 과거 낙원이라 불리던 섬에서 해적들이 유능한 동료를 서로 뺏기 위해 시작된 전통입니다. 규칙은 매우 단순하면서도 잔인합니다. 총 세 번의 게임을 진행하며 각 게임에서 승리한 쪽이 상대방의 동료 한 명을 데려가거나 해적단의 상징인 깃발을 빼앗을 수 있습니다. 빼앗긴 동료는 즉시 상대 해적단에 입단하여 충성을 맹세해야 하는 무거운 규칙이 존재합니다. 루피는 동료를 건 승부라는 말에 분노하면서도 승부욕을 참지 못해 폭시의 도전을 수락하고 맙니다. 이때부터 밀짚모자 일당은 그동안 겪어본 적 없는 기상천외한 반칙과 함정이 가득한 게임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됩니다.
폭시 해적단의 비겁한 계략과 동료를 잃을 위기에 처한 밀짚모자 일당
첫 번째 게임은 도넛 레이스라 불리는 보트 경주였습니다. 나미와 우솝 그리고 쵸파가 한 팀이 되어 출전했지만 폭시 해적단은 온갖 장치를 동원해 방해 공작을 펼칩니다. 결국 첫 경기에서 패배한 루피 일행은 가장 먼저 토니토니 쵸파를 폭시에게 빼앗기고 맙니다. 쵸파는 울면서 가지 않겠다고 버티지만 데이비 백 파이트의 규칙은 절대적이었습니다. 이어지는 두 번째 게임은 그로기 링으로 조로와 상디가 출전하는 격투 경기였습니다. 두 사람은 평소에도 앙숙처럼 싸우는 사이였기에 초반에는 호흡이 전혀 맞지 않아 큰 위기를 겪습니다. 하지만 동료를 되찾아야 한다는 일념 하에 일시적으로 협력하여 압도적인 무력으로 폭시 해적단의 거구들을 쓰러뜨립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롤러스케이트 경주나 피구 같은 추가 게임들이 이어지며 시청자들의 가슴을 졸이게 만들었습니다. 니코 로빈까지 잠시 빼앗기는 위기가 오면서 분위기는 점차 고조됩니다.
느릿느릿 열매의 위협과 최후의 수단으로 등장한 전설의 아프로 루피
마지막 대결은 선장 대 선장의 자존심이 걸린 컴뱃이었습니다. 폭시는 느릿느릿 열매의 능력자로 상대방에게 빔을 쏘아 30초 동안 모든 움직임을 느리게 만드는 아주 까다로운 적이었습니다. 루피는 폭시의 배 안에서 펼쳐지는 치열한 추격전 속에서 느릿느릿 빔에 맞아 계속해서 고전합니다. 이때 우솝은 루피의 투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전설의 아프로 머리를 추천합니다. 아프로 머리를 쓰면 펀치력이 강해진다는 우솝의 황당한 주장을 루피는 진지하게 믿고 아프로 루피로 변신합니다. 이 우스꽝스러운 모습은 당시 많은 팬에게 큰 웃음을 주었지만 전투 장면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습니다. 루피는 폭시의 온갖 반칙과 능력 활용에 밀려 쓰러질 뻔하면서도 동료를 단 한 명도 잃을 수 없다는 일념으로 버텨냅니다.
※ 아래 내용에는 원피스 폭시 해적단 편의 최종 승부 결과와 이후 등장하는 인물에 대한 핵심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용을 미리 알고 싶지 않으신 분들은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승부의 끝에 울려 퍼진 승전보와 패배자 폭시의 최후
루피는 거울의 반사 원리를 이용하여 폭시의 느릿느릿 빔을 폭시 본인에게 되돌려주는 지략을 발휘합니다. 30초 동안 멈춰버린 폭시에게 루피는 고무고무 플레일과 같은 강력한 기술을 쏟아부어 마침내 승리를 거머앱니다. 모든 게임의 결과로 루피는 빼앗겼던 동료들을 모두 되찾았으며 마지막 승리의 대가로 폭시 해적단의 깃발을 선택합니다. 루피는 깃발을 빼앗는 대신 자신이 직접 그린 아주 형편없는 모양의 해적 마크를 폭시의 돛에 그려 넣어 그들을 비웃음거리로 만듭니다. 폭시는 절망하며 떠나가고 밀짚모자 일당은 다시 평화로운 항해를 이어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이 유쾌한 에피소드 뒤에는 원피스 전체를 통틀어 가장 충격적인 만남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해군 대장 아오키지의 갑작스러운 등장과 밀짚모자 일당이 마주한 사상 초유의 절망
게임이 끝나고 섬을 떠나려던 루피 일행 앞에 해군 본부 최고의 전력 중 하나인 대장 아오키지가 나타납니다. 그는 서서 자고 있거나 자전거를 타고 바다 위를 달리는 등 나태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가 뿜어내는 압박감은 이전의 적들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얼음얼음 열매의 능력자인 아오키지는 순식간에 니코 로빈을 얼려버리며 밀짚모자 일당을 공포에 빠뜨립니다. 루피와 조로 그리고 상디가 동시에 덤벼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오키지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그들을 제압했습니다. 루피는 동료들을 도망치게 하기 위해 일대일 대결을 신청하며 시간을 벌었습니다. 아오키지는 루피를 얼려버린 뒤 과거에 루피의 할아버지인 가프에게 진 빚이 있다며 목숨만은 살려주고 떠납니다. 이 사건은 루피에게 자신들의 힘이 신세계에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준 계기가 되었습니다.
개그와 긴장감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보여준 폭시 편에 대한 현실적인 평가
원피스 폭시 해적단 에피소드는 명확한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큰 장점은 캐릭터들 간의 케미스트리가 빛을 발했다는 점입니다. 조로와 상디의 협동이나 나미의 항해사다운 판단력 그리고 루피의 바보 같지만 진지한 리더십이 잘 어우러져 있습니다. 특히 아프로 루피라는 유니크한 설정은 지금까지도 피규어로 제작될 만큼 인기가 많습니다. 반면 단점으로는 애니메이션 판의 전개가 너무 늘어진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원작에는 없던 게임들을 억지로 집어넣다 보니 긴장감이 유지되어야 할 부분에서 흐름이 끊기는 경우가 잦습니다. 폭시라는 빌런 자체가 매력보다는 짜증을 유발하는 성격이라 반복되는 반칙 장면에 지루함을 느끼는 시청자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 아오키지를 등장시켜 분위기를 반전시킨 연출은 신의 한 수였습니다. 이 에피소드는 워터세븐이라는 거대한 서사로 넘어가기 전의 전초전으로서 제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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