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오컬트 판타지물을 찾다가 우연히 발견한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괴물사변입니다. 원제는 케모노지헨으로 아이모토 쇼 작가의 만화를 원작으로 2021년 초 방영된 열두 부작 애니메이션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요괴가 등장하는 탐정물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고 봤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캐릭터들의 서사가 생각보다 훨씬 진하게 다가오더군요. 시골 마을에서 벌어진 기묘한 사건을 조사하러 온 괴짜 탐정과 정체불명의 소년이 만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인데 단순한 사건 해결담을 넘어 가족과 정체성에 대한 묵직한 질문까지 던지는 작품이었습니다. 오늘은 제가 이 작품을 정주행하면서 느낀 점을 솔직하게 정리해보겠습니다.
시골마을 괴사건에서 시작되는 반요 소년의 이야기
이야기는 도쿄 근교의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가축들이 원인 모를 죽음을 맞이하는 기이한 사건으로 시작됩니다. 이 사건을 조사하러 도쿄에서 파견된 이누가미 코하치라는 요란한 옷차림의 탐정은 마을에서 논귀신이라 불리는 신기한 분위기의 소년 카바네와 마주치게 됩니다. 알고 보니 카바네는 피가 없는 요괴인 시귀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반요 소년으로 12년간 자신을 짐승 취급하며 키운 숙모의 집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이누가미는 카바네를 마을에서 데리고 나와 자신의 탐정 사무소에 취직시키고 그의 부모를 찾아주기로 약속합니다. 이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카바네가 이누가미 탐정사무소에서 시키 아키라라는 또 다른 반요 동료들과 함께 인간과 괴물 사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단순한 괴물 퇴치극이 아니라 각 사건마다 인간에게도 괴물에게도 저마다의 사정이 있다는 점을 놓치지 않고 다루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카바네와 이누가미 성우들의 연기가 만든 콤비의 매력
이 작품을 보면서 가장 즐거웠던 부분은 캐릭터들의 케미스트리였습니다. 주인공 카바네를 연기한 무라세 아유무는 순수하고 앞뒤 재지 않는 성격을 가진 캐릭터에게 특유의 맑고 힘 있는 목소리를 불어넣어 어딘가 위태로우면서도 사랑스러운 매력을 잘 살려냈습니다. 특히 감정을 다루는 데 서툰 카바네가 조금씩 사람들과의 관계를 배워가는 과정을 담백하게 표현하는 연기가 좋았습니다. 탐정 사무소의 주인 이누가미 코하치를 연기한 스와베 준이치는 겉으로는 능글맞고 가벼워 보이지만 그 안에 엄청난 힘과 속내를 숨기고 있는 캐릭터의 이중적인 매력을 여유 있게 소화해냈습니다. 진지한 순간과 능청스러운 순간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그의 목소리 톤 덕분에 이누가미라는 캐릭터가 훨씬 입체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여기에 냉철하고 신중한 성격의 시키를 연기한 하나에 나츠키까지 세 사람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사무소 식구들의 분위기가 이 작품의 가장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탄탄한 설정에도 아쉬웠던 흥행 장단점을 냉정하게
괴물사변의 장점은 확실합니다. 수려한 작화와 탄탄한 세계관 그리고 각 에피소드마다 담긴 인간과 괴물 사이의 갈등을 진지하게 다루는 스토리텔링은 분명 매력적입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소년만화치고는 설정이 상당히 과감하고 자극적인 부분이 많아서 오히려 성인향으로 갔으면 더 자연스러웠을 거라는 의견에 저도 공감이 됐습니다. 실제로 애니메이션 자체는 평가가 나쁘지 않았음에도 판매량이 저조해 아쉽게도 두 번째 시즌이 제작되지 않았습니다. 원작 만화는 여전히 연재 중이라 애니메이션만 본 입장에서는 이야기가 완결되지 않은 채 끝나버린 느낌이 강해서 다소 허전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열두 화라는 짧은 분량 안에 많은 사건과 설정을 담다 보니 일부 에피소드는 다소 급하게 흘러간다는 인상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캐릭터들 사이의 유대감과 각 사건이 주는 여운만큼은 확실히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결말과 관련된 내용을 다루니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는다면 이 부분은 건너뛰시기 바랍니다.
결말에서 드러나는 카바네의 출생의 비밀
애니메이션 마지막 부분에서는 카바네의 출생에 얽힌 실마리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합니다. 원래 시귀라는 종족은 스스로 번식할 수 없고 자신이 가진 불꽃을 다른 존재에게 나눠주는 방식으로만 동료를 늘릴 수 있는 특수한 존재입니다. 그런데 카바네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으면서도 누군가에게 불꽃을 물려받은 흔적이 없는 시귀 본연의 불꽃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즉 카바네는 자연스럽게 태어난 반요가 아니라 무언가 특별한 방식으로 존재하게 된 인물이라는 것이 밝혀지는 것입니다. 이누가미는 이 사실을 알게 되면서 카바네가 자신의 종족의 기원과도 같은 존재일지 모른다는 의문을 품게 되고 애니메이션은 이 수수께끼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채 다음 이야기를 기약하며 막을 내립니다. 명확한 해답보다는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더 큰 떡밥을 남기는 방식이라 아쉬움과 궁금증이 동시에 남는 결말이었습니다.
비록 완결된 이야기를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과 그들 사이의 따뜻한 유대감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오컬트 판타지와 가족애를 함께 즐기고 싶은 분이라면 원작 만화까지 함께 챙겨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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