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야 사변까지는 최고였다는 평가에 이견이 없습니다
주술회전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시부야 사변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고죠 사토루가 위험한 특급 주령들과 정면으로 맞서고 게토 스구루의 진짜 정체가 드러나며 이타도리 유지가 스쿠나의 힘을 빌려 각성하는 이 에피소드는 주술회전이라는 작품을 대표하는 최고의 순간으로 꼽힙니다. 그동안 쌓아온 떡밥들이 하나씩 터지면서 예측할 수 없는 전개가 이어졌고 전투 연출 또한 박력이 넘쳤습니다. 특히 고죠가 순식간에 특급 주령 집단을 상대하는 장면이나 이타도리가 죠고를 상대로 벌이는 처절한 싸움은 지금도 명장면으로 언급됩니다. 판매량 역시 이 시기에 크게 뛰었을 만큼 시부야 사변은 주술회전의 절정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큰 규모로 벌여놓은 이야기를 작가가 이후에도 같은 밀도로 끌고 갈 수 있느냐는 점이었습니다. 많은 독자들이 시부야 사변에서 느꼈던 긴장감과 몰입도를 기준으로 다음 이야기를 기대했고 바로 이 지점에서 이후 전개에 대한 실망이 시작됩니다. 시부야 사변이 워낙 높은 기준을 세워버린 탓에 그 다음에 오는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더 크게 흔들리는 것처럼 보이게 된 것입니다.
사멸회유 편에서부터 균열이 눈에 띄게 커집니다
시부야 사변이 끝난 뒤 이어지는 사멸회유 편은 켄자쿠가 일본 전역에서 주술사들을 상대로 벌이는 대규모 서바이벌을 다룹니다. 이 시기부터 독자들 사이에서 전개가 급하다는 지적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쿠나의 술식 이름이 공개되는 방식입니다. 시부야 사변이 끝난 뒤 나온 팬북에서도 밝혀지지 않았던 이름이 정작 본편에서는 요로즈라는 조연에 의해 상당히 갑작스럽게 등장하고 그 뒤로는 아무 설명 없이 자연스럽게 쓰이기 시작합니다. 오랫동안 중요하게 감춰온 정보처럼 보였던 설정이 예상보다 허무하게 풀려버린 셈입니다. 캐릭터들의 활용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나타납니다. 마키는 시부야 사변까지 주술계의 낡은 제도와 혈통주의를 비판하는 역할로 의미 있는 서사를 쌓아왔지만 이후 전개에서는 그 서사가 충분히 이어지지 못한 채 갑작스러운 각성만 반복하게 됩니다. 옷코츠 유타 역시 강력한 능력을 가진 인물임에도 등장 이후 이야기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활약이 제한되는 모습을 보입니다. 결국 사멸회유 편은 시부야 사변에서 벌여놓은 큰 판을 정리하기보다는 새로운 사건들을 계속 추가하면서 전체적인 밀도를 오히려 낮추는 결과를 낳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신주쿠 결전에서 전개 속도가 들쭉날쭉해졌다는 지적
주술회전의 최종장인 인외마경 신주쿠 결전은 고죠 사토루와 스쿠나의 정면 대결로 시작해 이타도리 유지가 최종 보스와 맞서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이야기입니다. 이 마지막 장에서 급전개 논란이 가장 크게 불거집니다. 고죠가 압도적인 실력으로 스쿠나를 밀어붙이다가 마허라라는 새로운 능력에 허무하게 패배하는 전개는 많은 독자들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패배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그 과정에서 고죠가 그동안 쌓아온 최강자로서의 이미지가 급하게 무너지는 방식이 논란이 되었습니다. 이후 이야기는 이타도리와 후시구로 메구미를 중심으로 빠르게 흘러가는데 이 과정에서 여러 사건이 압축적으로 처리되면서 전투 하나가 끝나면 바로 다음 전투로 넘어가는 식의 전개가 이어집니다. 독자들 사이에서는 회차별로 전개 속도가 지나치게 다르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어떤 화에서는 한 장면을 여러 페이지에 걸쳐 세밀하게 그리다가 다음 화에서는 중요한 사건을 단 몇 컷으로 처리하고 넘어가는 식입니다. 이런 불균형은 독자가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기 어렵게 만들었고 결국 마무리를 서둘렀다는 인상을 강하게 남기게 되었습니다.
아군의 작전과 표절 논란이 급전개라는 인상을 더 키웠습니다
급전개라는 평가를 굳히는 데 크게 작용한 또 다른 요소는 신주쿠 결전에서 아군 진영이 세우는 작전들입니다. 스쿠나를 상대하기 위해 등장하는 여러 전략들이 그전까지 전혀 언급되지 않았던 채로 갑자기 튀어나오는 경우가 많아 복선 없는 즉흥적인 전개라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노바라가 위기에서 벗어나는 과정이나 새로운 술식이 활용되는 장면들이 대표적입니다. 독자 입장에서는 그동안 차근차근 쌓아온 설정을 활용한 것이 아니라 그 순간에 필요해서 만들어낸 해결책처럼 느껴졌던 것입니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큰 타격을 준 것은 표절 논란입니다. 세계관 최강자를 가리는 하이라이트급 전투 장면에서 다른 유명 작품과 유사한 연출과 대사가 등장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팬들 사이에서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 사건 이후로는 주술회전에 대해 우호적이었던 다른 작품의 독자들까지도 실망감을 드러냈습니다. 표절 의혹 자체는 전개 속도와는 별개의 문제이지만 결과적으로 작가가 마감에 쫓기며 급하게 완성도를 채워 넣으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키우는 데 한몫했습니다. 이야기의 속도와 완성도 그리고 독창성까지 한꺼번에 흔들리면서 신주쿠 결전은 주술회전 전체에서 가장 많은 논쟁을 낳은 구간이 되었습니다.
스포일러 주의 결말에서 드러난 급전개의 흔적들
여기서부터는 결말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니 아직 완결까지 보지 않았다면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신주쿠 결전은 결국 고죠 사토루가 스쿠나에게 목숨을 잃고 이타도리 유지가 동료들과 함께 마지막 결전을 마무리하는 것으로 끝납니다. 스쿠나는 완전히 소멸하지 않은 채 이야기가 종료되고 주술계는 큰 혼란 속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 결말에서 급전개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 쌓아온 여러 복선과 캐릭터들의 서사가 충분히 정리되지 못한 채 마무리되었다는 점입니다. 노바라나 마키 같은 인물들의 이후 행적이 갑작스럽게 결정되거나 생략되었고 후시구로 메구미가 스쿠나의 그릇이 되었던 사연도 결말부에서 서둘러 정리되는 느낌을 줍니다. 반면 이타도리가 결국 스스로 스쿠나를 억누를 힘을 갖추고 주술사로서 살아갈 기회를 얻는 결말 자체는 작품이 처음부터 강조해온 인간성이라는 주제와 맞아떨어진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습니다. 즉 결말이 지향하는 메시지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그 메시지에 도달하는 과정이 지나치게 빠르게 압축되었다는 것이 급전개 논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전이 끝난 뒤 짧게 그려진 후일담 역시 아쉬움을 남깁니다. 고죠의 속박 사용 여부처럼 독자들이 오랫동안 궁금해했던 의문들이 명확히 해소되지 않았고 주술계 상층부가 앞으로 어떻게 재편되는지에 대한 설명도 충분히 다뤄지지 못했습니다. 연재 막바지에 몰아서 여러 설정을 해명하듯 짧게 처리한 방식은 독자에게 깊은 만족을 주기에는 부족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급했다는 평가는 정당하지만 이유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주술회전 시부야 사변 이후 전개가 급했다는 말은 상당 부분 정당한 평가로 보입니다. 다만 그 원인을 하나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우선 시부야 사변이라는 에피소드가 지나치게 크고 화려하게 판을 벌려놓았기 때문에 그 이후 어떤 전개가 와도 상대적으로 아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여기에 작가가 여러 캐릭터와 설정을 동시에 정리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었고 이를 감당하는 과정에서 특정 인물의 서사가 희생되거나 중요한 정보가 갑작스럽게 공개되는 방식이 반복되었습니다. 좋게 보면 예측 불가능한 전개를 계속 추구하려 했던 작가의 도전으로 볼 수도 있지만 나쁘게 보면 치밀한 설계 없이 그때그때 이야기를 밀어붙인 결과로 해석될 여지도 충분합니다. 결국 주술회전은 시부야 사변이라는 정점을 찍은 뒤 그 정점을 유지할 치밀함까지는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결론입니다. 급전개라는 비판은 과장이 아니라 작품 스스로 세운 높은 기준에 미치지 못한 결과라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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