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빌맨 크라이베이비,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악마 탄생 나가이 고 원작의 충격적인 결말을 담은 걸작

2018년 넷플릭스 독점 공개와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의 파격적인 재해석

데빌맨 크라이베이비는 2018년 1월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되며 엄청난 논란과 함께 걸작이라는 찬사를 동시에 받은 문제작입니다. 이 작품은 일본 만화계의 거장 나가이 고의 1970년대 만화 <데빌맨>을 원작으로 하며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 특유의 역동적이고 파격적인 연출 스타일이 더해져 완전히 새로운 데빌맨으로 탄생했습니다.

이전의 데빌맨 애니메이션들이 원작의 폭력성과 성적인 묘사로 인해 결말까지 다루지 못했던 것과 달리 데빌맨 크라이베이비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는 특성을 활용하여 원작의 잔혹하고 충격적인 결말까지 모두 영상화했습니다. 현대적인 배경으로 각색되고 육상 등 스포츠 요소를 도입하는 등 원작에 없던 요소를 추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이기심과 악마보다 더 악마 같은 인간들의 모습을 처절하게 그려내며 원작의 핵심 주제를 더욱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마음이 약한 소년 후도 아키라 악마의 영혼 아몬과 결합하다

주인공 후도 아키라는 심성이 너무 착해서 남의 아픔에 쉽게 공감하고 눈물을 흘리는 소년입니다. 그는 주변의 폭력이나 슬픔을 보면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리는 탓에 '울보 아키라'라고 불립니다. 아키라는 소꿉친구 마키무라 미키의 가족과 함께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키라의 유일한 친구이자 천재 과학자인 아스카 료가 그의 앞에 나타나 악마의 존재를 경고합니다. 료는 지구에는 악마들이 존재하며 그들은 인간의 육체를 빼앗아 부활하려 한다고 말합니다. 악마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고 그들을 막기 위해 료는 아키라를 '블랙 사바스'라는 악마들의 파티에 데려갑니다.

그곳에서 악마들이 인간의 육체와 결합하려는 아비규환의 현장이 펼쳐지고 료는 아키라에게 악마를 막으려면 악마의 힘을 가져야 한다고 설득합니다. 이때 순수한 마음을 가진 아키라는 악마의 왕 중 하나인 '아몬'의 영혼과 결합하지만 그의 강한 인간적인 정신력 덕분에 육체를 완전히 빼앗기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아키라는 악마의 힘과 인간의 마음을 동시에 가진 '데빌맨'으로 다시 태어나게 됩니다. 데빌맨이 된 아키라는 초인적인 힘을 얻지만 여전히 약자를 보면 눈물을 흘리는 '울보'의 마음을 간직합니다.

데빌맨의 탄생과 인간 사회의 균열

데빌맨이 된 아키라의 삶은 완전히 뒤바뀝니다. 그는 료와 함께 악마들이 인간 사회를 잠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싸우기 시작합니다. 악마들은 인간의 몸에 빙의하여 인간들 사이에 숨어들었고 세상은 점차 혼란에 빠집니다. 이 혼란을 가속화시킨 것은 아스카 료였습니다. 료는 TV에 출연하여 악마의 존재를 세상에 폭로하고 인간들 사이에 누가 악마인지 알 수 없는 공포와 의심의 씨앗을 뿌립니다.

료의 폭로와 선동으로 인해 인간들은 서로를 데빌맨 악마로 의심하며 증오하기 시작합니다. 악마와 결합했지만 인간의 마음을 지킨 데빌맨들은 인간을 지키려 노력하지만 악마의 모습 때문에 오히려 인간들에게 오해를 받고 공격당하는 비극적인 상황에 놓입니다. 이 과정에서 데빌맨 크라이베이비는 악마보다 더 잔혹하고 이기적인 인간들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인간들은 서로를 향해 광기와 폭력을 분출하며 악마의 힘에 맞서 싸우기는커녕 자기들끼리 데빌맨 사냥이라는 이름으로 무차별적인 학살을 시작합니다. 아키라와 미키의 집에서 함께 지내던 데빌맨 소년 타로가 인간들의 집단 폭행으로 비참하게 살해당하는 장면은 인간의 추악함과 이기심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가장 충격적인 장면 중 하나였습니다.

미키의 비극과 인간의 몰락

미키는 아키라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이자 인간의 순수성과 희망을 상징하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녀는 육상부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며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파하려 했고 모두가 악마와 데빌맨을 두려워할 때에도 아키라를 믿고 옹호합니다. 미키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아키라를 옹호하고 인류에게 서로 믿고 증오를 멈추라고 호소하지만 오히려 그 대가로 광기에 휩싸인 폭도들의 표적이 됩니다.

결국 폭도들에게 붙잡힌 미키는 잔인하게 살해당하고 그녀의 시신은 갈가리 찢겨져 꼬챙이에 매달리는 끔찍한 운명을 맞이합니다. 이 장면은 데빌맨 크라이베이비에서 가장 멘탈을 파괴하는 장면으로 인간의 추악한 광기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미키의 죽음을 목격한 아키라는 절규하며 복수심에 불타 자신을 공격한 인간 폭도들을 모두 죽입니다. 인간을 지키기 위해 데빌맨이 되었던 아키라는 결국 자신이 지키려 했던 인간들의 손에 가장 소중한 것을 잃고 깊은 절망과 슬픔에 빠집니다.

최후의 반전과 증오의 고리 (결말)

※ 아래 내용에는 데빌맨 크라이베이비의 최종 결말에 대한 강력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작을 보지 않으신 분들은 절대 주의 바랍니다.

아키라가 절망에 빠진 순간 그의 친구 아스카 료는 자신이 타락한 천사 '사탄'임을 밝힙니다. 료는 태초부터 존재했던 천사였지만 신에게 반기를 들고 추방당한 후 지구의 악마들을 발견하고 악마의 편에 서서 인류를 멸망시키려 한 장본인이었습니다. 료는 악마들이 단순하고 본능에 충실한 반면 인간은 복잡하고 약하며 이기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악마가 지구를 차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료는 아키라를 데빌맨으로 만든 것도 다가올 세상에서 아키라만은 살아남게 하려는 배려였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아키라는 사탄의 뜻에 동참하는 것을 거부하고 인간의 마음을 지닌 데빌맨들을 모아 사탄의 악마 군단과 최후의 전쟁을 시작합니다. 인류는 이미 대부분 멸망하고 악마와 데빌맨의 군대만 남아 황폐해진 지구에서 처절한 전투를 벌입니다. 데빌맨 군단은 사탄의 군대에 맞서 싸우지만 결국 전멸하고 아키라 역시 사탄과의 일대일 대결에서 패배하여 몸이 두 동강 나 죽음을 맞이합니다.

모든 것이 파괴되고 세상에 사탄 혼자 남겨진 순간 사탄은 비로소 깨닫습니다. 자신이 유일하게 사랑했던 존재이자 인간의 순수성을 대변하던 아키라를 자신의 손으로 죽였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사탄은 아키라의 시신을 끌어안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인간의 감정인 '슬픔'에 압도되어 눈물을 흘립니다. 그 순간 하늘에서는 신의 천사 군대가 강림하여 사탄과 황폐해진 지구를 파괴하고 새로운 세상을 창조합니다. 데빌맨 크라이베이비는 결국 인간 악마 사탄 할 것 없이 모든 존재가 멸망하는 파국적인 결말을 맞이하며 증오와 폭력의 순환에 대한 깊은 메시지를 남깁니다.

데빌맨 크라이베이비 애니메이션의 현실적인 장점과 아쉬운 점

데빌맨 크라이베이비는 원작 데빌맨의 충격적인 결말을 시대를 초월하여 현대적으로 완벽하게 재현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의 실험적이고 역동적인 작화와 연출은 폭력성과 혼란을 시각적으로 극대화하여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데빌맨이 되어서도 인간의 마음을 지키려 했던 아키라와 그의 친구 미키를 통해 인간의 순수성과 공감 능력이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며 깊은 감동을 줍니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악마 데빌맨과 악마보다 더 악마 같은 인간의 대비는 이 작품의 핵심적인 매력입니다.

다만 이 작품은 선정성 고어 폭력성 수위가 매우 높기 때문에 시청자에게 정신적인 충격과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단점입니다. 특히 미키의 최후는 많은 시청자들에게 멘탈 붕괴를 가져올 만큼 잔혹하게 묘사됩니다. 또한 원작을 보지 않은 시청자들에게는 초반부부터 빠르게 전개되는 스토리와 복잡한 신화적 배경 설정이 다소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빌맨 크라이베이비는 인간성과 증오 구원에 대한 묵직한 주제를 던지며 애니메이션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걸작으로 평가받습니다.

이처럼 데빌맨 크라이베이비는 악마의 힘을 얻었지만 인간의 눈물을 흘리는 울보 영웅 후도 아키라의 비극적인 서사를 그린 작품입니다. 이 충격적이지만 의미 있는 데빌맨 크라이베이비의 세계를 경험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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