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애니메이션 방영과 독특한 세계관에 열광하는 마니아층의 탄생
도로헤도로 애니메이션은 2020년 1월에 방영되어 전 세계적으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하야시다 큐 작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독특한 분위기로 유명합니다. 제목인 도로헤도로는 일본어로 '진흙'과 '구정물'을 뜻하며 작품의 배경이 되는 어둡고 지저분한 도시 '홀'의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애니메이션은 제작사 MAPPA의 뛰어난 3D CG 기술과 작화로 원작 특유의 거칠고 퇴폐적인 분위기를 완벽하게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잔혹한 장면들이 많지만 그 잔혹함 속에서도 피어나는 기괴하고 일상적인 유머 감각은 이 작품을 단순한 다크 판타지에서 벗어나 블랙 코미디의 경지로 끌어올렸습니다. 이러한 독특한 매력 덕분에 도로헤도로는 호불호가 갈릴지언정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든 중독성 강한 작품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파충류 머리 남자 카이만과 식당 주인 니카이도의 기묘한 공조
이야기는 '홀'이라는 인간들이 사는 비위생적이고 폭력이 일상화된 도시에서 시작됩니다. 홀의 주민들은 '마법사'들에게 이용당하는 희생자들입니다. 마법사들은 홀로 넘어와 인간들을 상대로 마법을 연습하고 실험하며 그 결과 인간들은 끔찍하게 변형되거나 목숨을 잃기도 합니다.
주인공 카이만은 마법사에게 당해 자신의 원래 얼굴과 기억을 모두 잃어버리고 파충류의 머리를 갖게 된 남자입니다. 그는 자신의 과거와 원래 모습을 되찾기 위해 홀에 내려온 마법사들을 사냥하는 일을 일삼습니다. 카이만이 마법사들을 사냥하는 방식은 매우 독특합니다. 그는 마법사의 머리를 자신의 파충류 입에 넣고 깨물어 머리 안에 있는 또 다른 존재에게 정체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때 그의 입속에 있는 존재가 "네가 아니야"라고 말하면 그 마법사는 범인이 아니라는 뜻이 됩니다.
카이만에게는 둘도 없는 파트너가 있습니다. 바로 그가 사는 동네에서 만두 가게를 운영하는 니카이도입니다. 니카이도는 뛰어난 격투 실력을 가진 강인한 여성으로 카이만의 유일한 버팀목이자 그의 마법사 사냥을 돕는 조력자입니다. 그들의 일상은 마법사 사냥과 만두 먹는 평화로운 시간이 기괴하게 뒤섞여 있으며 이들의 유쾌하고 잔혹한 공조가 도로헤도로 이야기의 중심축을 이룹니다.
신과 노이 그리고 엔 패밀리의 추격
카이만 일행이 홀에서 마법사들을 사냥하자 마법사들의 세계에서는 홀의 마법사 사냥꾼을 처리하기 위해 강력한 청소부들이 파견됩니다. 그들은 바로 엔 패밀리의 간부인 '신'과 '노이'입니다. 신은 외과의사 복장에 심장 모양의 마스크를 쓴 남자로 사람을 산산조각 내는 마법을 사용합니다. 노이는 거대한 몸집과 레슬러 마스크를 쓴 여성으로 놀라운 신체 능력과 함께 상처를 완벽하게 치유하는 강력한 마법을 구사합니다.
신과 노이는 잔혹한 임무를 수행하지만 서로에 대한 신뢰가 두터운 파트너이며 마법사 세계의 보스 '엔'에게는 절대적으로 충성하는 인물들입니다. 엔은 모든 것을 버섯으로 만들어 버리는 강력하고 기괴한 마법을 쓰는 인물로 자신의 패밀리를 아끼는 냉혹하면서도 인간적인 면모를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도로헤도로는 카이만 일행과 엔 패밀리 간의 추격전과 대결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이들 사이에 단순한 선악의 구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카이만은 자신의 목표를 위해 마법사를 사냥하고 엔 패밀리는 그들의 보스를 위해 카이만을 쫓을 뿐입니다. 폭력과 살육이 난무하는 와중에도 그들 각자의 사연과 개성이 드러나면서 시청자들은 누구 하나를 일방적으로 악인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카이만의 숨겨진 과거와 세계의 진실
※ 아래 내용에는 도로헤도로 만화의 후반부와 관련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작을 보지 않으신 분들은 주의 바랍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카이만의 정체에 대한 미스터리는 점점 더 깊어집니다. 카이만은 단순히 마법사의 실험체였던 것이 아니라 마법사 세계와 홀 세계 전체를 뒤흔들 거대한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는 존재였습니다. 그의 파충류 머리 속에 있는 또 다른 존재는 바로 마법사들이 두려워하는 '십자 눈'이라는 존재와 관련이 있었습니다.
후반부에 이르러 카이만이 사실은 마법사 세계에서 온 인물이며 그의 본명이 '아이카와' 그리고 '카이만' 이전의 또 다른 이름은 '카와지리'였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집니다. 그의 몸 안에는 여러 개의 인격과 복잡한 마법적인 장치가 얽혀 있었고 이 모든 것이 마법사 세계의 근원적인 비밀과 최종 보스인 '치다루마'라는 악마와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니카이도 역시 과거에 강력한 시간 마법을 사용했던 특별한 마법사였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도로헤도로는 카이만과 니카이도 두 주인공의 과거를 중심으로 홀과 마법사 세계 악마 그리고 '홀의 조상' 등 복잡하게 얽힌 모든 떡밥들을 풀어나갑니다. 결국 카이만은 자신의 모든 인격을 통합하고 정체성을 확립하며 최종적으로 마법사 세계와 홀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존재들을 물리치는 데 성공합니다. 카이만과 니카이도는 마침내 모든 것을 극복하고 함께 만두를 먹는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가면서 이야기는 마무리됩니다.
도로헤도로 애니메이션의 현실적인 장점과 아쉬운 점
도로헤도로 애니메이션은 하야시다 큐 작가 특유의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세계관과 캐릭터들을 성공적으로 시각화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배경이 되는 도시 '홀'의 더럽고 혼란스러운 분위기 마법사 세계의 기괴하면서도 화려한 모습 그리고 캐릭터들의 개성 넘치는 마스크 디자인 등 원작의 매력이 잘 살아있습니다. 잔혹한 액션 장면들이 많지만 이를 유머러스하게 승화시키는 블랙 코미디 요소는 이 작품의 차별성이자 가장 큰 재미입니다. 특히 카이만과 니카이도 신과 노이 엔 패밀리 등 주조연 캐릭터들의 매력이 폭발적이며 이들의 관계성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이 됩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만화 자체가 워낙 복잡하고 방대한 설정과 떡밥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애니메이션 1기에서는 이 모든 것을 풀어내지 못하고 많은 궁금증만 남긴 채 마무리되었다는 점입니다. 또한 잔혹하고 고어한 표현이 많아 이에 익숙하지 않거나 거부감을 느끼는 시청자들에게는 진입 장벽이 높을 수 있습니다. 3D CG 작화가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하여 일부 액션 장면에서는 다소 어색함이 느껴진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로헤도로는 독창적이고 매혹적인 다크 판타지 코미디를 찾는 시청자들에게는 강력히 추천할 만한 수작입니다.
이처럼 도로헤도로는 혼돈과 폭력 속에서 피어난 카이만과 니카이도의 기묘하고 끈끈한 유대를 그린 독특한 작품입니다. 도로헤도로의 거칠지만 정 넘치는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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