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도리 유지: 평범한 고등학생에서 저주의 왕의 그릇이 되기까지
2020년 애니메이션 주술회전의 시작은 육상부 소속의 평범하고 밝은 고등학생 이타도리 유지가 장기자랑 동아리에 들어가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그는 비범한 신체 능력을 가졌지만 할아버지의 병간호에 집중하는 지극히 평범하고 선량한 인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평범함은 할아버지의 유언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죽으라”는 말을 가슴에 새기고 '선한 죽음'을 갈망하면서 비범함으로 변모하기 시작합니다.
이후 주술고전 학생들과 조우하고 특급 주물인 '료멘스쿠나의 손가락'을 먹으면서 이타도리 유지의 삶은 완전히 바뀝니다. 그는 주술회전 세계관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인 '저주의 왕' 료멘스쿠나의 그릇이 됩니다. 처형이 마땅했지만 고죠 사토루의 개입으로 그는 스쿠나의 모든 손가락을 모아 완전히 소멸시키는 임무를 수행하는 주술사로 살아가게 됩니다. 이처럼 이타도리 유지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잔혹한 운명에 휩쓸리지만 그는 끝까지 자신의 '선함'을 지키려 합니다.
선함을 강요당하는 주인공 이타도리 유지의 근원적 고뇌
이타도리 유지의 캐릭터는 기존 소년 만화의 '착한 주인공' 클리셰를 따르는 듯 보이지만 그 내면은 훨씬 복잡하고 고통스럽습니다. 그는 자신이 구한 사람들까지 무자비하게 해치는 '저주의 왕' 료멘스쿠나를 몸 안에 품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늘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이타도리 유지가 겪는 고뇌는 단순히 악당을 무찌르는 것 이상의 윤리적 무게를 가집니다.
그는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가 스쿠나에게 악용될까 두려워하며, 타인을 돕는 것이 오히려 더 큰 파국을 초래할까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이타도리 유지는 '사람을 돕고 싶다'는 선한 의지를 가지고 있지만 그를 둘러싼 현실은 그의 선함을 끝없이 시험합니다. 특히 저주와 싸우는 과정에서 사람들을 구하지 못하거나 예상치 못한 희생이 발생할 때마다 이타도리 유지는 자신의 존재 이유와 선함의 유효성에 대해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이처럼 이타도리 유지의 선함은 칭찬의 대상이 아니라 그를 짓누르는 무거운 짐처럼 그려집니다.
주술회전이 그리는 윤리의 회색지대 죄와 책임의 경계
주술회전의 세계는 도덕적으로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회색지대입니다. '저주'는 인간의 부정적인 감정에서 태어난다는 설정 자체가 선과 악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듭니다. 이타도리 유지는 이러한 회색지대에서 자신의 '선함'이라는 명확한 윤리 기준을 가지고 버티려 합니다.
그러나 작품은 그의 선함만으로는 세상이 구원받을 수 없음을 냉혹하게 보여줍니다. 대표적으로 마히토와의 싸움에서 이타도리 유지는 그의 악행을 보며 처음으로 순수한 분노와 살의를 느낍니다. '악인이라도 죽음을 바라지 않는다'는 그의 윤리관이 '마히토 같은 존재는 죽여야 한다'는 현실적 판단과 충돌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이타도리 유지는 단순한 정의의 사도가 아니라 극한의 상황에서 자신의 윤리적 잣대를 끊임없이 수정하고 고뇌해야 하는 가장 현실적인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주술회전은 선한 주인공의 승리보다는 선함이 얼마나 큰 희생을 요구하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윤리의 회색지대를 서술합니다.
나나미 켄토의 가르침과 시부야 사변에서의 절망적인 선택
이타도리 유지의 윤리관 형성에 큰 영향을 준 인물 중 하나는 주술사 나나미 켄토입니다. 나나미는 주술사가 된 이유가 순수한 정의감이 아니라 '돈'과 '자기만족'임을 인정하면서도 타인을 돕는 행위의 가치를 가르칩니다. 그는 "마지막까지 자신을 저주하지 마라"는 유언을 남기며 이타도리 유지에게 스스로를 용서하고 나아가라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 가르침은 시부야 사변에서 이타도리 유지가 겪는 절망적인 상황과 대비됩니다. 스쿠나에게 몸을 빼앗겨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하게 만든 이타도리 유지는 엄청난 죄책감에 짓눌립니다. 그는 비록 스쿠나가 저지른 일이지만 그 결과를 자신이 짊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깊은 절망에 빠집니다. 이 때 이타도리 유지의 선택은 '죽음으로 속죄'가 아니라 '남은 사람들을 구하고 살아남아 책임을 지는 것'으로 귀결됩니다. 이타도리의 이러한 선택은 소년 만화의 주인공들이 흔히 선택하는 자기희생적 결말을 넘어 주술회전이 제시하는 새로운 '선함의 정의' 즉 살아남아 책임을 다하는 윤리적 의무를 보여줍니다.
이타도리 유지의 매력 착한 주인공의 틀을 깬 현실적 고뇌
이타도리 유지가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이유는 그의 순수한 선함이 잔혹한 세계 속에서 흔들리고 고통받는 모습에 깊이 공감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강해지기 위해 주술사가 된 것이 아니며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세상의 구원자가 되고자 하지도 않았습니다. 단지 할아버지의 유언을 지키고 자신의 죽음을 '후회 없는 죽음'으로 만들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평범한 소년일 뿐입니다.
그의 매력은 무자비한 세계관 속에서 자신의 윤리관을 끝까지 지키려 애쓰는 인간적인 노력에 있습니다. 동료들을 지키려 발버둥 치고, 희생된 이들에게 진심으로 죄책감을 느끼며,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죄까지 짊어지려는 이타도리 유지의 모습은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과 함께 진정한 선함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는 완벽한 영웅이 아닌 고통받는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며 '착한 주인공'의 틀을 깨고 주술회전의 복잡한 윤리관을 대변합니다.
이타도리 유지에 대한 솔직한 분석과 평가
이타도리 유지는 주술회전의 세계관과 주제 의식을 가장 잘 구현하는 핵심 캐릭터입니다. 그의 '선함'은 작품의 어둠을 비추는 등불과 같으며 이 선함이 훼손되거나 시험받을 때 이야기는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은 압도적인 피지컬과 대비되는 지극히 순수한 마음입니다. 이 선량함 덕분에 그는 저주의 왕 스쿠나에게 몸을 내주지 않고 주도권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타도리 유지의 캐릭터가 가진 단점 또한 분명합니다. 초기에는 그의 압도적인 피지컬 외에 주술사로서의 재능이나 독자적인 술식이 다소 늦게 발현되어 고죠 사토루나 후시구로 메구미 같은 캐릭터들에 비해 존재감이 희미해지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스쿠나의 그릇'이라는 역할에 매몰되어 자신의 주체적인 목표와 역할에 대해 깊이 고뇌하기보다는 '선함'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고통받는 모습이 길게 이어져 답답함을 느끼는 독자들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타도리 유지는 주술회전의 무거운 서사를 끝까지 지탱해 나가며 '선함은 어디까지 유효한가'라는 질문에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끝까지 책임지며 나아가야 한다'는 가장 용감하고 현실적인 대답을 제시한 훌륭한 주인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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