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지옥락, 아름답고 잔혹한 극락에서 펼쳐지는 탈출 불가능한 서바이벌 액션 줄거리와 결말 분석


2023년 방영 당시 주술회전과 체인소 맨을 잇는 MAPPA의 다크 판타지 야심작

2023년 4월 방영을 시작한 애니메이션 '지옥락'은 방영 전부터 애니메이션 팬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주술회전'과 '체인소 맨'으로 다크 판타지 장르의 정점을 찍은 제작사 MAPPA가 선택한 차기작이라는 점만으로도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카쿠 유지 작가의 원작 만화는 아름다운 꽃과 기괴한 괴물이 공존하는 독창적인 비주얼로 유명했는데 이를 애니메이션으로 어떻게 구현할지가 관건이었습니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 지옥락은 화려한 색채와 잔혹한 고어 묘사가 어우러진 시각적 충격을 선사하며 넷플릭스 등 OTT 플랫폼 상위권에 안착했습니다. 극락정토를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배경 속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살육전은 시청자들에게 기묘한 불쾌감과 동시에 눈을 뗄 수 없는 몰입감을 주었습니다. 특히 삶과 죽음, 종교와 철학이 섞인 깊이 있는 세계관은 기존의 배틀물과는 차별화된 매력을 보여주며 '지옥락 앓이'를 하는 팬덤을 양산했습니다.

죽지 못하는 닌자와 마음을 베지 못하는 처형인의 기묘한 동행

이야기의 배경은 에도 시대 말기입니다. 주인공 '가비마루'는 최강의 닌자 마을인 이와가쿠레 출신으로 '공허(가란)의 가비마루'라는 이명을 가진 두려움의 대상입니다. 그는 닌자로서의 삶에 회의를 느끼고 탈주를 시도하다가 붙잡혀 사형 선고를 받습니다. 하지만 참수형을 당해도 칼이 부러지고 화형을 당해도 불타지 않으며 소가 끄는 수레에 매달려도 몸이 찢어지지 않는 등 초인적인 신체 능력 때문에 죽지 못합니다. 가비마루는 자신에게 삶에 대한 미련이 없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의 내면 깊은 곳에는 사랑하는 아내 '유이'와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강력한 소망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의 무의식이 죽음을 거부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가비마루 앞에 야마다 아사에몬 가문의 처형인 '사기리'가 나타납니다. 사기리는 가비마루의 목을 베려다가 그의 살기어린 저항을 보고 그가 삶을 갈망하고 있음을 꿰뚫어 봅니다. 사기리는 가비마루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합니다. 전설로만 전해지는 극락의 땅, '신선향'에 가서 불로불사의 선약을 찾아오면 막부로부터 면죄부를 받아 아내와 평생 자유롭게 살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아내를 다시 만나기 위해 가비마루는 이 위험한 제안을 수락합니다. 하지만 이 임무에 투입되는 것은 가비마루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전국의 흉악범 사형수들이 소집되었고 그들을 감시하고 처형할 야마다 아사에몬 가문의 무사들이 파트너로 배정되어 함께 배에 오릅니다. 섬에 도착해 선약을 손에 넣고 살아 돌아오는 단 한 명만이 면죄부를 얻을 수 있는 잔혹한 배틀 로얄이 시작된 것입니다.

아름다운 지옥 신선향의 실체와 흉악범들의 생존 게임

섬에 도착하자마자 죄수들은 서로를 경쟁자로 인식하고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입니다. 하지만 진짜 적은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섬의 풍경은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하고 나비가 날아다니는 천국처럼 보였지만 그 실상은 기괴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사람의 얼굴을 한 나비, 손가락이 달린 벌레, 불경을 외우며 공격해 오는 거대한 괴물들이 득실거렸기 때문입니다. 이 괴물들은 '소신'이라 불리며 섬을 지키는 하급 병사들이었습니다. 가비마루와 사기리는 도착 직후부터 이들의 습격을 받아 고전하지만 가비마루의 압도적인 닌자 기술과 사기리의 검술로 위기를 넘깁니다.

이 과정에서 가비마루와 사기리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살인 기계로 키워져 감정을 죽이고 살았던 가비마루는 사기리의 올곧은 마음에 조금씩 인간적인 감정을 되찾습니다. 반대로 여자라는 이유로 무시당하고 사람을 베는 것에 대한 망설임과 죄책감을 가지고 있던 사기리는 가비마루의 강인한 생존 본능을 보며 처형인으로서의 각오를 다지게 됩니다. 두 사람은 처형인과 죄수라는 관계를 넘어 서로의 등을 맡길 수 있는 동료로서 신뢰를 쌓아갑니다.

한편 섬의 다른 곳에서도 치열한 생존기가 펼쳐집니다. 도적단 두목이자 교활한 책략가인 '아자 초베'와 그의 동생이자 야마다 아사에몬의 일원인 '토마', 여닌자(쿠노이치) '유즈리하', 검호 '타미야 간테츠사이' 등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각자의 방식대로 섬의 비밀을 파헤칩니다. 특히 아자 초베 형제는 섬의 깊은 곳에 있는 구덩이로 떨어지게 되는데 그곳에서 섬의 지배자들과 마주하며 충격적인 진실에 접근하게 됩니다. 초베는 괴물들에게 당해 꽃이 피어나는 병(화화)에 걸릴 위기에 처하지만 엄청난 정신력으로 오히려 그 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괴물 같은 적응력을 보여줍니다.

섬을 지배하는 불로불사의 존재 텐센과의 조우

생존자들은 점차 섬의 중앙인 '봉래'로 모여들게 됩니다. 그곳에는 이 섬을 다스리는 7명의 신선, 즉 '텐센(천선)'이 살고 있었습니다. 텐센들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늙지도 죽지도 않으며 남성과 여성의 성별을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는 초월적인 존재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인간을 '단'이라는 불로불사의 약을 만들기 위한 재료로만 생각하며 벌레 취급합니다. 텐센들은 '타오(기)'라는 특별한 에너지를 사용하여 상처를 순식간에 재생하고 인간의 상식을 뛰어넘는 괴력을 발휘합니다.

가비마루 일행은 텐센 중 한 명인 '주진'과 마주치며 절망적인 전력 차이를 경험합니다. 야마다 아사에몬의 유망주였던 '텐자'는 자신의 파트너이자 죄수인 '누루가이'와 스승인 '시온'을 살리기 위해 주진에게 맞서다가 처참하게 목숨을 잃습니다. 텐자의 죽음은 시청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으며 동시에 남은 생존자들이 반드시 텐센을 쓰러뜨려야 한다는 강력한 동기를 부여하는 사건이 됩니다. 맹인 검객 시온은 제자의 죽음에 오열하며 복수를 다짐하고 살아남은 이들은 텐센에게 대항하기 위해 그들이 사용하는 힘인 '타오'를 익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가비마루 역시 텐센과의 전투에서 치명상을 입고 타오를 무리하게 사용한 부작용으로 기억에 혼란을 겪게 됩니다. 하지만 그는 닌자로서의 수련 경험을 바탕으로 타오의 원리를 본능적으로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타오에는 상성(목, 화, 토, 금, 수)이 존재하며 자신의 속성을 알고 상대의 약점 속성을 공략해야만 텐센에게 대미지를 줄 수 있다는 공략법이 드러납니다. 이제 이야기는 단순한 서바이벌을 넘어 타오를 마스터한 인간들과 신에 가까운 텐센들의 능력자 배틀물로 진화합니다.

(※ 아래 내용에는 지옥락 애니메이션 시즌 1의 클라이맥스 및 결말과 관련된 결정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직 작품을 감상하지 않으신 분들은 주의 바랍니다.)

타오의 각성과 첫 번째 텐센 사냥 그리고 희생

시즌 1의 후반부는 가비마루, 사기리, 유즈리하 그리고 유즈리하의 감시역인 센타가 텐센 중 한 명인 '무단'과 맞붙는 치열한 혈전을 다룹니다. 무단은 인간을 좀비(강시)로 만들어 부리는 악취미를 가진 텐센으로 압도적인 재생 능력과 스피드로 일행을 몰아붙입니다. 가비마루와 유즈리하는 끊임없이 공격을 퍼붓지만 무단은 쓰러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기괴한 꽃의 형태로 변신하여(귀시해) 2차 형태가 되어 일행을 압살 하려 합니다.

절체절명의 순간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학구파 처형인 센타가 목숨을 걸고 활약합니다. 센타는 평소 짝사랑하던 유즈리하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지식을 총동원하여 무단의 약점인 '배꼽(단전)'을 찾아냅니다. 사기리와 가비마루 그리고 유즈리하는 센타가 만들어준 틈을 놓치지 않고 연계 공격을 펼칩니다. 가비마루는 자신의 몸에 불을 붙여 무단의 움직임을 봉쇄하고 사기리는 타오의 흐름을 읽어 무단의 단전을 정확하게 베어냅니다. 결국 무단은 재생하지 못하고 소멸하며 인간들이 처음으로 텐센을 쓰러뜨리는 쾌거를 이룹니다.

하지만 승리의 대가는 혹독했습니다. 전투 도중 무단의 공격을 대신 맞은 센타는 온몸에 꽃이 피어나는 화화 현상이 진행되어 죽음을 맞이합니다. 죽어가면서 센타는 자신이 동경했던 자유분방한 유즈리하의 모습을 눈에 담으며 안식을 얻습니다. 유즈리하 역시 겉으로는 냉정한 척하지만 센타의 죽음에 동요하며 그를 위해 눈물을 흘립니다. 이 전투를 통해 생존자들은 텐센이 절대 무적의 존재가 아님을 확인했지만 동시에 앞으로 남은 6명의 텐센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더 큰 희생이 필요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게 됩니다.

밝혀진 선약의 진실과 새로운 국면을 예고하는 결말

무단과의 전투 후 가비마루는 타오를 과도하게 사용한 반동으로 인해 코피를 쏟으며 쓰러집니다. 그리고 다시 일어났을 때 그는 기억의 일부가 손실되거나 인격이 뒤틀린 듯한 모습을 보입니다. 한편 다른 곳에서는 아자 초베와 토마 형제가 텐센들의 본거지에 침투하여 그들의 비밀을 알아냅니다. 텐센들이 만드는 불로불사의 약 '단'은 사실 인간의 생명력을 추출하여 만든 것이었으며 그들조차 완전한 불로불사는 아니기에 끊임없이 인간을 섭취해야 한다는 충격적인 진실이었습니다.

시즌 1의 마지막 장면은 뿔뿔이 흩어졌던 생존자들이 각자의 목적을 위해, 혹은 살아서 나가기 위해 일시적으로 동맹을 맺거나 적대하며 새로운 세력 구도를 형성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가비마루 일행은 이제 선약을 찾는 것보다 섬을 탈출하고 텐센들을 몰살시키는 것으로 목표를 수정해야 할 상황에 놓입니다. 그리고 섬의 입구에서는 추가로 파견된 새로운 야마다 아사에몬들과 닌자 부대가 상륙할 준비를 하며 혼란은 더욱 가중됩니다. 애니메이션은 기억이 혼란스러운 상태에서도 아내 유이의 이름을 되뇌며 전의를 불태우는 가비마루의 클로즈업과 함께 시즌 2 제작 결정 소식을 알리며 막을 내립니다.

극강의 비주얼과 매력적인 서사 그러나 다소 아쉬운 완급 조절

애니메이션 '지옥락'은 장점과 단점이 뚜렷하게 공존하는 작품입니다. 가장 큰 장점은 단연코 미술과 설정입니다. 불교와 도교의 이미지를 차용한 몬스터 디자인과 화려한 색감의 배경은 보는 내내 눈을 즐겁게 합니다. 특히 '아름다움 속의 공포'라는 테마를 시각적으로 훌륭하게 구현해 냈습니다. 캐릭터들의 서사 또한 훌륭합니다. 주인공 가비마루가 살인귀에서 인간성을 회복해 가는 과정 사기리가 성차별과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진정한 무사로 거듭나는 성장 드라마는 깊은 울림을 줍니다. 조연 캐릭터들 하나하나도 버려지지 않고 각자의 사연과 매력을 가지고 있어 캐릭터를 덕질하기에 좋은 작품입니다.

하지만 액션 연출과 템포 조절에서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MAPPA의 전작인 주술회전이나 체인소 맨과 비교했을 때 액션의 동화 매수가 다소 부족해 보이거나 움직임이 딱딱하게 느껴지는 구간들이 존재합니다. 특히 전투 중간중간에 들어가는 과거 회상 장면이 너무 빈번하여 흐름을 끊어먹는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원작의 내용을 충실히 담으려는 의도는 좋았으나 애니메이션 특유의 속도감을 살리는 데는 다소 미흡했습니다. 또한 초반부의 강렬한 임팩트에 비해 중반부의 탐색 파트가 다소 늘어진다는 평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옥락은 독특한 세계관과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은 수작임에 틀림없습니다. "타인을 이해하는 마음이 곧 힘이 된다"는 주제 의식을 잔혹한 다크 판타지로 풀어낸 솜씨는 일품입니다. 뻔한 이세계물이나 능력자 배틀물에 질린 시청자라면 지옥락이 선사하는 기괴하고도 아름다운 지옥 여행은 신선한 충격과 재미를 보장할 것입니다. 시즌 2에서는 더욱 강력해진 텐센들과의 전면전이 예고된 만큼 1기에서 쌓아 올린 서사가 어떻게 폭발할지 기대해 보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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