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거인 파이널 시즌 파트2 (Attack on Titan Final Season Part 2), 지크의 안락사 계획과 엘런의 진짜 목적

파트1에서 세계관이 완전히 뒤집힌 뒤 이어진 진격의 거인 파이널 시즌 파트2는 저에게 있어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가장 숨 막히는 구간이었습니다. 더 이상 단순한 선악 구도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인물들이 저마다의 신념을 걸고 충돌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판단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이야기 앞에서 시청자로서 계속 마음이 흔들렸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에는 파트2를 다시 정주행하면서 느꼈던 감정을 정리하고 이 시즌이 왜 그렇게까지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는지 솔직하게 풀어보려고 합니다.

요새를 둘러싼 전투와 드러나는 지크의 진짜 목적

진격의 거인 파이널 시즌 파트2는 마레군과 파라디섬 조사병단이 요새를 사이에 두고 벌이는 대규모 전투로 시작합니다. 지크는 자신의 아버지가 남긴 뜻을 이어받아 엘디아인이라는 민족 자체를 스스로 소멸시키는 안락사 계획을 실행에 옮기려 합니다. 시조 유미르의 힘을 손에 넣으면 전 세계 엘디아인 여성이 더 이상 아이를 낳지 못하게 만들어 백 년 안에 이 민족을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만들겠다는 것이 그의 계획입니다.

처음 이 계획을 접했을 때 굉장히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동안 지크는 냉철하고 계산적인 인물로만 그려졌는데 그 밑바탕에는 자신이 태어난 것 자체를 후회하게 만든 부모에 대한 트라우마와 같은 고통을 다음 세대에게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뒤틀린 애정이 숨어 있었습니다. 이 지점에서 지크라는 캐릭터가 단순한 적이 아니라 가장 비극적인 인물 중 하나로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한편 엘런은 이런 지크의 계획에 정면으로 반대합니다. 후손이 태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것 역시 또 다른 형태의 폭력이라는 것이 엘런의 입장입니다. 하지만 이 시즌에서 엘런은 이전과 달리 자신의 속내를 거의 드러내지 않습니다. 겉으로는 지크와 협력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계획을 품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씩 암시되면서 시청자는 엘런을 예전처럼 온전히 신뢰할 수 없게 됩니다. 이 불안감이야말로 파트2를 이끌어가는 가장 큰 긴장감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요새 전투는 양측 모두에게 막대한 희생을 남기고 조사병단은 승리를 거두지만 그 대가로 지크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시조의 힘에 접촉하게 되는 결과를 맞이합니다.

감정을 억누른 채 싸우는 인물들의 얼굴을 담아낸 연기

이 시즌의 무게감을 완성한 것은 역시 성우진의 힘이었습니다. 엘런 예거 역의 카지 유우키는 파트2에서 거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절제된 연기를 보여줍니다. 예전처럼 소리치고 분노하는 장면이 확연히 줄어들고 오히려 낮고 무거운 톤으로 짧게 말을 끊는 연기가 늘어나는데 이것이 오히려 엘런의 속을 알 수 없게 만드는 불안감을 극대화시켰습니다. 다시 봐도 이 절제된 연기가 후반부 반전을 위한 정교한 복선이었다는 게 느껴져서 소름이 돋았습니다.

지크 예거 역의 오카모토 노부히코는 이 시즌에서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요새 전투 중 니콜로와 함께 야구를 하며 지난날의 상처를 털어놓는 장면에서는 냉소적이던 지크가 처음으로 인간적인 모습을 드러내는데 담담하면서도 어딘가 쓸쓸한 목소리 톤이 캐릭터의 비극성을 극대화시켰습니다. 라이너 브라운 역의 마츠오카 요시츠구 역시 요새 전투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도 다시 싸우러 나서는 인물의 무게를 절절하게 표현했는데 특유의 갈라지는 발성이 라이너의 트라우마와 죄책감을 소리만으로도 충분히 전달했습니다. 세 배우 모두 캐릭터의 내면이 무너지고 다시 버텨내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면서 이 시즌의 감정적 완성도를 크게 끌어올렸습니다.

논쟁적인 전개가 남긴 명과 암

장점을 먼저 이야기하면 인물들의 신념 대립을 다루는 방식이 매우 입체적이라는 점을 꼽고 싶습니다. 지크의 안락사 계획이든 엘런의 숨겨진 계획이든 어느 한쪽도 명확하게 선이라고 할 수 없는 구조를 짜놓았고 이 덕분에 시청자는 계속해서 누구의 입장이 옳은지 고민하게 됩니다. 이런 도덕적 모호함은 진격의 거인이라는 작품을 단순한 오락물 이상으로 만들어주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요새 전투 장면의 작화와 연출은 시리즈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압도적이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엘런의 속내가 거의 드러나지 않다 보니 시청자 입장에서는 감정적으로 몰입할 대상이 애매해지는 구간이 존재합니다. 오랜 시간 응원해왔던 주인공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지면서 애정을 쏟기 어려워지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또한 여러 진영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각 인물의 과거사가 동시에 얽히면서 초반 시청자라면 다소 복잡하고 정보량이 많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복잡함이 결국 훌륭한 서사로 이어진다고 생각하지만 가볍게 즐기고 싶었던 시청자에게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결말이 궁금하지 않은 분들은 여기서 읽기를 멈추시길 권합니다.

시조의 힘을 둘러싼 반전과 다음 시즌으로의 연결

요새 전투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지크는 시조 유미르의 힘에 접촉하기 위해 자신의 척수액을 이용한 계획을 실행합니다. 엘런과 손을 맞잡고 시조의 힘을 각성시키려던 그 순간 예상치 못한 반전이 벌어집니다. 엘런이 지크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 진실을 마주하게 되고 동시에 자신이 오래전부터 계획해온 진짜 목적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동안 협력자처럼 보였던 엘런이 사실은 지크의 힘마저 자신의 계획을 위한 도구로 이용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시청자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깁니다.

결국 파트2는 엘런이 벽 안에 숨겨져 있던 거대한 거인 무리를 각성시키며 땅울림이라는 거대한 재앙을 예고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됩니다. 지금까지 인류를 구하기 위해 싸우는 것처럼 보였던 엘런이 사실은 전 세계를 향한 파괴적인 계획을 실행하려 한다는 사실이 명확해지는 순간 시리즈 전체의 톤이 완전히 뒤바뀝니다. 다시 보면서도 이 엔딩이 남긴 여운은 상당했습니다. 이 이후 완결편에서 벌어지는 땅울림 사태와 그에 대한 찬반양론은 지금까지도 팬들 사이에서 뜨거운 논쟁거리로 남아 있을 만큼 파급력이 컸습니다.

진격의 거인 파이널 시즌 파트2는 선과 악의 경계를 완전히 허물어버리며 시리즈를 가장 복잡하고 도덕적으로 무거운 지점까지 끌고 간 시즌이었습니다. 감정적으로 편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그만큼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는 질문을 던져주는 강렬한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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