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혜성처럼 등장한 멀리건에 대한 시청자들의 엇갈린 반응과 배경
멀리건은 2023년 5월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되며 성인용 블랙 코미디 애니메이션 팬들 사이에서 묘한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이 작품은 외계인의 대규모 침공으로 인해 인류 문명이 사실상 멸망한 직후의 세계를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제작진이 과거 티나 페이와 함께 일했던 베테랑 작가들로 구성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방영 전부터 날카로운 풍자와 유머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실제로 작품이 공개되자마자 미국 정치 시스템과 대중문화 그리고 인간의 이기심을 가감 없이 꼬집는 전개로 인해 뜨거운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누군가는 너무나도 현실적인 풍자에 열광한 반면 다른 누군가는 지나치게 냉소적인 태도에 당혹감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고등학생 시청자들에게는 복잡한 정치 용어나 사회적 이슈를 황당한 유머로 풀어낸 점이 신선하게 다가갔습니다. 멀리건은 우리가 당연하게 누려온 문명사회와 민주주의가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다시 세우려는 과정이 얼마나 황당할 수 있는지를 뼈저리게 보여주었습니다.
시즌 1 파트 1에서 그려지는 무지한 지도층의 엉망진창 사회 재건과 갈등
시즌 1의 전반부인 파트 1은 외계인 함선을 우연히 격추하며 인류의 영웅이 된 평범한 청년 매티 멀리건이 대통령에 취임하며 시작됩니다. 매티는 켄터키 출신의 단순한 청년이었지만 인류를 구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생존자 천여 명의 운명을 짊어지게 됩니다. 그는 영부인이 된 루시 수완과 함께 백악관 잔해에서 새로운 정부를 구성합니다. 하지만 매티는 국정 운영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기에 노회한 정치인인 카트라이트 부통령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게 됩니다. 파트 1에서는 의식주가 부족한 극한 상황 속에서도 권력을 탐하는 정치인들의 모습과 대중의 어리석음을 풍자하는 에피소드들이 주를 이룹니다. 옷이 부족하여 속옷만 입고 회의를 하거나 술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멸망 이후의 처절함을 유머로 승화시켰습니다. 또한 생존자들의 직업을 재배치하고 새로운 헌법을 만드려는 시도는 번번이 인간의 욕망 때문에 좌절됩니다. 매티는 선한 의도를 가졌으나 무능함 때문에 계속해서 실수를 저지르고 루시는 그런 매티를 보좌하며 진정한 리더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시즌 1 파트 2에서 더욱 깊어지는 위기와 내부의 적 그리고 권력의 쓴맛
2024년 5월에 공개된 파트 2에서는 생존자들 사이의 분열이 더욱 심화되고 새로운 외부 세력의 등장으로 긴장감이 고조됩니다. 매티의 지지율은 바닥을 치고 사람들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는 현실에 불만을 품기 시작합니다. 이때 다른 지역에서 생존한 또 다른 인간 무리가 발견되면서 멀리건 정부는 정통성 위기에 직면합니다. 카트라이트 부통령은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매티를 몰아낼 음모를 꾸미고 매티는 대중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황당한 정책들을 내놓습니다. 파트 2는 인터넷이 사라진 세상에서 정보가 어떻게 왜곡되는지 그리고 종교나 스포츠가 대중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날카롭게 파고듭니다. 특히 감옥에 갇혀 있던 외계인 장군 악사트락스는 인간들의 어리석음을 조롱하며 탈출 기회를 엿보고 내부 첩자와의 협력을 통해 극의 긴장감을 더합니다. 매티는 대통령으로서의 책임감에 짓눌려 공황 상태에 빠지기도 하지만 자신을 믿어주는 소수의 동료 덕분에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애씁니다. 그러나 권력의 속성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매티는 사랑과 우정 그리고 정치 사이에서 가혹한 선택을 강요받게 됩니다.
인류 멸망 이후의 잔해 속에서 피어나는 권력 투쟁과 생존자들의 기묘한 일상
멀리건의 이야기는 외계 침공이라는 거창한 사건보다는 그 이후에 남겨진 보잘것없는 인간들의 본성에 집중합니다. 외계인들은 인류의 기술과 도시를 철저히 파괴했지만 인간들은 폐허 위에서도 여전히 계급을 나누고 편을 가릅니다. 대통령 매티 멀리건은 전생에 운동선수였던 경험을 바탕으로 모든 문제를 단순하게 생각하려 하지만 현실은 복잡하기 짝이 없습니다. 과학자 파라 브라즈 박사는 인류 문명을 복구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사람들은 과학적 사실보다는 당장 눈앞의 쾌락이나 자극적인 루머에 더 귀를 기울입니다. 카트라이트 부통령은 민주주의라는 허울 아래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울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려 하고 역사학자 제레미는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말자고 외치지만 아무도 그의 말에 경청하지 않습니다. 생존자들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고 마실 물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화장품을 찾거나 인터넷 밈을 그리워하며 현대 문명의 잔재를 붙잡으려 안간힘을 씁니다. 이러한 기묘한 일상은 인간이 환경에 적응하는 존재이면서도 얼마나 고집스럽게 자신의 습성을 유지하는지를 보여주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 아래 내용에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멀리건의 파트 1과 파트 2를 포함한 핵심적인 결말과 관련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품을 아직 보지 않으신 분들은 감상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무너진 신뢰와 새로운 배신 속에서 멀리건이 맞이한 충격적인 진실과 결말
이야기의 막바지에서 매티 멀리건은 자신의 정부가 붕괴할 위기에 처했음을 직감합니다. 카트라이트 부통령의 조작으로 인해 매티는 인류의 영웅에서 사기꾼으로 몰리게 되고 생존자들은 백악관을 습격하기에 이릅니다. 이때 갇혀 있던 외계인 악사트락스는 인간들의 내분을 틈타 탈출에 성공하고 자신의 모성으로 구조 신호를 보내는 데 성공합니다. 매티는 루시와 함께 성난 군중을 피해 도망치던 중 자신들이 그토록 지키려 했던 생존자들이 사실은 카트라이트가 선별한 특정 인물들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인류 재건이라는 대의명분은 사실 카트라이트가 꿈꾸는 독재 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밑그림에 불과했습니다. 결말에서 매티는 대통령직을 내려놓으려 하지만 루시는 인류를 위해서라도 끝까지 싸워야 한다고 그를 설득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외계인들의 추가 병력이 지구 대기권에 도착하는 모습이 비치며 인류는 다시 한번 멸망의 위기를 맞이합니다. 매티는 자신이 만든 엉망진창인 정부와 함께 다가오는 외계 함선을 바라보며 이번에는 운이 아닌 진짜 실력으로 지구를 구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인간들이 서로 비난을 멈추지 않는 모습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으며 끝까지 인간 본성에 대한 냉소적인 시선을 유지합니다.
날카로운 사회 풍자와 병맛 유머의 만남이 선사하는 쾌감과 한계에 대한 평가
멀리건은 성인용 애니메이션으로서 가져야 할 신랄함을 충분히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정치사의 부조리함과 현대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외계인 침공 이후라는 극단적인 상황에 대입하여 풀어낸 점은 매우 영리한 선택이었습니다. 캐릭터들 하나하나가 상징하는 사회적 계층이나 가치관이 뚜렷하여 이들의 충돌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지적인 즐거움을 줍니다. 대사 속에 숨겨진 패러디와 풍자는 배경지식이 있는 시청자들에게는 끊임없는 웃음을 선사합니다. 그러나 단점도 명확한데 유머의 수위가 상당히 높고 표현 방식이 거칠어서 취향을 심하게 탄다는 점입니다. 주인공 매티 멀리건이 너무나도 멍청하게 묘사되어 답답함을 유발하는 구간이 많으며 일부 에피소드는 서사의 흐름보다는 단편적인 농담에 치중하여 몰입도를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또한 풍자가 너무 광범위하다 보니 때로는 주제 의식이 흐릿해지고 단순히 모든 것을 조롱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작화 역시 화려함보다는 기능적인 면에 충실하여 시각적인 쾌감을 원하는 시청자들에게는 아쉬움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노골적으로 권력의 민낯을 까발리는 작품은 흔치 않기에 성인용 코미디를 즐기는 이들에게는 매력적인 선택지입니다.
엉망진창인 세상에서도 다시 시작할 기회를 꿈꾸는 우리를 위한 씁쓸한 위로
멀리건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세상이 망해도 인간은 변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해서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제목인 멀리건은 골프 용어로 잘못된 샷을 벌타 없이 다시 치는 기회를 뜻하는데 이는 멸망한 지구를 다시 세우려는 인류에게 주어진 두 번째 기회를 상징합니다. 고등학생 여러분도 가끔 인생에서 모든 것을 리셋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겠지만 이 작품은 리셋된 세상조차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매티 멀리건처럼 부족한 사람이라도 진심으로 누군가를 지키려 노력한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작은 희망도 엿보입니다. 이 애니메이션은 완벽한 영웅이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부족한 사람들이 모여 서로를 헐뜯으면서도 하루를 버텨내는 지극히 현실적인 생존기입니다. 블랙 코미디의 씁쓸한 뒷맛을 즐기며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 지구를 다시 세우는 일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옆 사람의 손을 잡는 작은 배려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멀리건은 역설적으로 말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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