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전기 목록, 교토 애니메이션 대상 수상작이 전하는 1907년의 낭만과 설렘

2018년 제8회 교토 애니메이션 대상에서 사상 두 번째로 대상을 거머쥐며 전 세계 애니메이션 팬들의 심장을 뛰게 만든 작품이 바로 20세기 전기 목록입니다. 유키 히로시 작가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발표 직후부터 쿄애니 특유의 섬세한 작화와 시대적 서정성이 어떻게 어우러질지 엄청난 기대를 모았습니다. 당시 팬들은 바이올렛 에버가든을 잇는 또 하나의 시각적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 확신하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습니다. 비록 제작사의 안타까운 사고와 여러 대내외적 상황으로 인해 실제 방영까지의 기다림이 길어지고 있지만 1900년대 초반 교토라는 매력적인 배경과 전기라는 근대적 소재가 결합된 설정은 여전히 독보적인 가치를 지닙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변화하는 시대상 속에서 방황하는 청춘들의 성장을 다루고 있어 많은 이들의 인생작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신의 가호를 잃었다고 믿는 소녀와 새로운 문명을 신봉하는 소년의 기묘한 만남

20세기 전기 목록 배경은 메이지 40년 즉 1907년의 고즈넉한 교토입니다. 주인공인 15세 소녀 모모가와 이나코는 교토 후시미의 유명한 술도가 집안의 딸로 태어났으나 스스로를 신에게 버림받은 불운한 아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무엇을 해도 실수를 연발하고 운이 따르지 않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던 이나코는 어느 날 아버지로부터 억지로 정해진 혼담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결혼하기 싫다는 마음 하나로 무작정 집을 뛰쳐나온 이나코는 후시미 이나리 신사에서 운명처럼 한 소년을 마주합니다. 그 소년의 이름은 사카가미 키하치로였습니다. 키하치로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오직 전기라는 새로운 문명의 힘만을 믿는 독특한 성격을 지닌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직접 작성한 20세기 전기 목록이라는 노트를 소중히 간직하며 미래의 모든 것이 전기에 의해 바뀔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신을 믿는 소녀와 전기를 믿는 소년의 이 이질적인 만남은 교토의 밤을 밝히기 시작한 초기 전등의 불빛처럼 위태로우면서도 눈부시게 시작됩니다.

사라진 전기 목록을 찾아 떠나는 교토 거리의 생생한 풍경과 추격전

집을 나온 이나코와 키하치로는 우연한 사건에 휘말리며 키하치로가 목숨보다 아끼는 20세기 전기 목록 노트를 도둑맞게 됩니다. 이 노트에는 단순히 전기 기술에 대한 내용뿐만 아니라 당시의 권력자들이 탐낼 만한 중요한 비밀이 담겨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두 사람은 정체불명의 집단에게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이나코는 평소의 소심한 모습에서 벗어나 키하치로를 돕기 위해 교토의 좁은 골목길과 활기찬 시장통을 누비며 숨겨진 용기를 발견하기 시작합니다. 1907년의 교토는 증기기관차의 매연과 이제 막 가설되기 시작한 전선들이 공존하는 혼란스럽고도 역동적인 시기였습니다. 작중에서는 이러한 시대적 풍경이 매우 정교하게 묘사되며 독자들로 하여금 마치 그 시대의 공기를 마시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키하치로는 전기가 가져올 유토피아를 꿈꾸지만 이나코는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사라져가는 옛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며 서로의 가치관 차이를 좁혀나가는 과정을 겪습니다.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흔들리는 전통과 새로운 시대에 대한 갈망

추격전이 계속될수록 20세기 전기 목록 속에 숨겨진 진실이 서서히 드러납니다. 사실 키하치로의 아버지는 전기 공학의 선구자였으나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그가 남긴 연구 데이터가 바로 이 노트의 핵심이었습니다. 이나코는 키하치로의 아픈 과거를 알게 되며 그가 왜 그토록 전기에 집착하는지 이해하게 됩니다. 반대로 키하치로 역시 이나코가 가진 순수한 믿음과 전통적인 가치관이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기 시작합니다. 두 사람은 비와호 수로를 따라 건설된 수력 발전소 근처까지 도달하며 악당들과 최후의 대결을 준비합니다. 이 과정에서 교토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차가운 철제 구조물이 대비되는 모습은 20세기 전기 목록 애니메이션이 보여줄 시각적 정수를 예고합니다. 이나코는 자신이 신에게 버림받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발로 서는 법을 배우지 못했을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조금씩 단단해지는 내면을 보여줍니다.

(※ 아래 내용에는 20세기 전기 목록 원작 소설의 결말과 관련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작을 보지 않으신 분들은 주의 바랍니다.)

어둠을 몰아내는 전기의 빛처럼 마주하게 된 진실과 두 사람의 미래

최종 결전지인 발전소에서 이나코와 키하치로는 노트를 가로채려던 세력과 마주합니다. 키하치로는 전기를 다루는 지식을 활용해 위기를 모면하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과부하로 인해 시설이 폭발할 위험에 처합니다. 이때 이나코는 자신이 신사에서 배운 지형지물에 대한 감각과 끈기를 발휘해 키하치로를 구출하고 노트를 되찾는 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노트를 펼쳤을 때 그 안에는 거창한 비밀 대신 키하치로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남긴 따뜻한 격려와 미래의 교토가 전등 빛으로 가득 찬 풍경을 그린 스케치가 담겨 있었습니다. 20세기 전기 목록 실체는 무기가 아니라 가족의 사랑과 희망이었던 것입니다. 이나코는 집으로 돌아가 아버지에게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겠다고 당당히 선언하며 원치 않는 혼담을 거절합니다. 키하치로 역시 전기가 세상을 바꾸듯 자신도 이나코의 곁에서 새로운 시대를 함께 걸어가기로 결심합니다. 두 사람은 전등이 하나둘 켜지는 교토의 밤거리를 나란히 걸으며 앞으로 다가올 20세기가 결코 두렵지 않음을 확인합니다.

아름다운 작화에 대한 갈망과 불투명한 제작 상황이 주는 현실적인 아쉬움

20세기 전기 목록은 설정과 서사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지만 현실적인 관점에서 보면 아쉬운 점도 명확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2018년 제작 발표 이후 공식적인 방영 일정이 확정되지 않아 팬들의 피로도가 높아졌다는 점입니다. 교토 애니메이션 특유의 고퀄리티 작화를 기대하는 입장에서는 기다림이 가치가 있겠지만 너무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초기만큼의 화제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또한 원작 소설이 가진 잔잔하고 서정적인 분위기가 자칫 요즘 유행하는 자극적이고 빠른 전개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게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우려도 있습니다. 1900년대 초반의 일본 역사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해당 시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해외 시청자들에게는 공감의 장벽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시대극 특유의 묵직한 감동과 청춘의 풋풋한 로맨스를 선호하는 층에게는 이보다 더 완벽한 선택지는 없을 것입니다.

빛나는 전등처럼 우리 곁에 찾아올 미완의 명작을 기다리며

결론적으로 20세기 전기 목록은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방황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대변하는 작품입니다. 신의 시대가 저물고 인간이 만든 빛의 시대가 도래하는 찰나의 순간을 이토록 아름답게 포착한 서사는 드뭅니다. 이나코의 성장과 키하치로의 열정은 입시와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한 고등학생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줄 것입니다. 비록 완성된 애니메이션을 만나기까지 더 많은 인내가 필요할지라도 그 기다림 끝에는 분명 어두운 밤을 밝히는 전등 불빛 같은 따스한 위로가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교토의 밤하늘을 수놓을 20세기 전기 목록의 찬란한 빛이 언제쯤 우리에게 닿을지 기대하며 그 서정적인 세계관 속에 잠시 몸을 맡겨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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