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왕: 이누오,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의 파격적인 록 오페라와 무로마치 시대의 전설적인 무대

 


2021년 베니스 국제 영화제 상영과 독보적인 연출로 세계를 놀라게 한 화제작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이단아이자 천재로 불리는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이 2021년 선보인 견왕: 이누오 작품은 개봉 전부터 전 세계 평단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베니스 국제 영화제 오리종티 부문에 선출되며 애니메이션으로서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고 무로마치 시대라는 고전적인 배경에 현대적인 록 음악을 결합한 시도는 그 자체로 파격이었습니다. 일본의 소설가 후루카와 히데오의 소설 헤이케 이야기 견왕의 권을 원작으로 삼아 역사 속에 실존했던 사루가쿠 연희자 이누오의 삶을 환상적인 상상력으로 재해석했습니다. 개봉 당시 관객들은 전통 악기인 비와 선율 위로 쏟아지는 강렬한 비트와 화려한 퍼포먼스에 압도당했습니다. 특히 신체적인 결함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소외된 이들의 울분과 해방감을 완벽하게 대변했다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고등학생들에게는 조금 생소할 수 있는 옛 일본의 역사 이야기지만 그 안에 담긴 우정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 그리고 기득권에 저항하는 젊은 예술가들의 에너지는 세대를 초월한 감동을 선사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저주받은 신체와 소외된 이들의 만남으로 시작되는 기이한 우정의 서막

이야기는 헤이케 가문의 멸망과 관련된 보검인 쿠사나기의 검을 바닷속에서 건져 올리려는 시도로부터 시작됩니다. 이 과정에서 어린 소년 토모나는 검의 저주로 인해 아버지를 잃고 자신 또한 시력을 잃게 됩니다. 갈 곳을 잃은 토모나는 우연히 비와 법사들의 무리에 합류하게 되고 그곳에서 비와 연주를 배우며 토모이치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습니다. 한편 사루가쿠의 명문가에서는 온몸이 뒤틀리고 얼굴이 가면처럼 굳어진 기괴한 아이가 태어납니다. 그의 아버지는 천하 제일의 예능인이 되기 위해 악마와 계약을 맺었고 그 대가로 아들의 신체를 제물로 바친 것이었습니다. 이 아이가 바로 견왕: 이누오 입니다. 이누오는 자신의 흉측한 외모 때문에 가족들에게조차 버림받고 개들과 함께 생활하며 얼굴을 가린 채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는 절망하는 대신 바람 소리와 물소리에 맞춰 춤을 추며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해 나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길가에서 비와를 켜던 토모나와 이누오가 운명적으로 마주하게 됩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 토모나는 이누오의 외모를 두려워하지 않았고 이누오는 토모나의 연주 속에서 자신의 춤을 이해해 줄 진정한 동료를 발견합니다.

비와 연주와 현대적 록 사운드의 결합이 만들어낸 압도적인 공연의 향연

이누오와 토모나는 서로의 재능을 알아보고 의기투합하여 기존의 틀을 깨는 새로운 형태의 공연을 기획합니다. 토모나는 전통적인 비와 법사의 규율을 거부하고 머리를 길게 기르며 화려한 옷을 입은 채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그의 음악은 마치 현대의 록 스타를 연상시킬 만큼 강렬하고 파괴적이었습니다. 이누오는 토모나의 연주에 맞춰 그동안 누구도 보지 못한 기묘하고도 아름다운 춤을 선보입니다. 놀라운 점은 이누오가 숨겨진 헤이케 망령들의 이야기를 노래하고 춤출 때마다 그의 저주받은 신체가 하나씩 정상적인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간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팔이 짧아지고 다리가 길어지며 뒤틀렸던 뼈마디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하나의 기적과도 같았습니다. 사람들은 이들의 파격적인 무대에 열광하며 모여들었고 히나시 마을의 광장은 순식간에 수만 명의 관객이 운집하는 콘서트장으로 변모합니다. 이들은 역사가 기록하지 않은 패배자들의 진실을 노래하며 민중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견왕: 이누오 이름은 온 나라에 울려 퍼지게 됩니다.

사라진 헤이케의 망령들을 위로하며 진실한 이름을 찾아가는 여정

이누오가 부르는 노래들은 승리한 자들의 역사가 아닌 억울하게 죽어간 헤이케 무사들의 숨겨진 이야기였습니다. 망령들은 자신들의 한을 풀어주는 이누오의 춤을 통해 성불하게 되고 그 대가로 이누오에게 인간의 신체를 되돌려주었습니다. 토모나 역시 토모이치라는 법명을 버리고 토모아리라는 이름을 스스로 지으며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 나갑니다. 이들은 권력의 정점에 있는 쇼군 아시카가 요시미츠의 권위에도 굴하지 않고 오직 예술적 진실만을 추구합니다. 하지만 이들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기득권 층인 사루가쿠 가문과 조정의 압박은 거세집니다. 요시미츠는 역사를 하나로 통일하여 통치 체제를 공고히 하려 했고 이누오가 노래하는 다른 버전의 역사를 위험 요소로 간주합니다. 이누오의 아버지는 아들의 재능을 시기하며 그를 파멸시키려 음모를 꾸미고 토모나와 이누오의 우정은 거대한 권력의 폭풍 앞에 놓이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들의 무대를 멈추지 않으며 관객들에게 자유와 해방의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 아래 내용에는 애니메이션 견왕: 이누오 주요 줄거리와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찬란한 빛과 영원히 기억될 두 영혼의 약속

쇼군 요시미츠는 이누오에게 최후통첩을 보냅니다. 앞으로 조정이 허가한 노래만을 부르고 토모나와의 관계를 끊는다면 목숨을 살려주겠다고 제안합니다. 반면 토모나에게는 과거의 노래를 멈추지 않으면 처형하겠다는 엄포를 놓습니다. 이누오는 동료인 토모나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결국 쇼군의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그는 자신의 진실한 춤을 봉인하고 조정의 예능인으로서 박제된 삶을 살기로 결심합니다. 그 순간 이누오의 신체 변화는 멈추게 되고 그는 완벽한 인간이 아닌 어정쩡한 모습으로 남게 됩니다. 한편 토모나는 끝까지 자신의 이름을 지키며 권력에 저항하다가 결국 참수형을 당하게 됩니다. 그는 죽는 순간까지 이누오와 함께했던 순간을 노래하며 당당하게 죽음을 맞이합니다.

세월이 흘러 이누오는 노년이 되어 쓸쓸히 생을 마감하고 그들의 화려했던 무대는 역사의 기록에서 철저히 삭제됩니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그들의 노래는 점차 잊혀갔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수백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현대의 일본 거리로 연결됩니다. 유령이 되어 구천을 떠돌던 토모나 앞에 비로소 이누오의 영혼이 나타납니다. 이누오는 600년 동안 친구를 찾아 헤맸다고 말하며 다시 예전의 기괴하지만 자유로웠던 소년의 모습으로 돌아갑니다. 두 영혼은 현대의 도심 한복판에서 다시 한번 신명 나는 연주와 춤을 선보이며 영원한 우정을 확인합니다. 비록 역사는 그들을 기록하지 않았지만 그들의 예술과 영혼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영원히 함께하게 된다는 감동적인 결말을 맺습니다.

감각의 해방을 선사하는 예술적 성취와 대중성 사이의 묘한 경계

견왕: 이누오 작품은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의 예술적 집념이 투영된 결정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통 사극의 틀에 70년대 글램 록과 헤비메탈의 감성을 이식한 발상은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특히 아브짱과 모리야마 미라이의 폭발적인 성우 연기와 가창력은 이 작품의 존재 이유를 증명합니다. 작화 역시 고정된 형태에 얽매이지 않고 감정의 흐름에 따라 자유자재로 형태가 변하는 유아사 스타일의 정점을 보여줍니다. 신체가 변형되는 과정을 기괴하면서도 숭고하게 그려낸 연출은 관객들에게 시각적인 카타르시스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리얼한 관점에서 볼 때 이 작품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수 있는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반부의 서사는 흥미진진하게 진행되지만 중반 이후 펼쳐지는 기나긴 공연 장면들은 서사적 전개를 중시하는 관객들에게는 다소 지루하거나 반복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뮤지컬 애니메이션의 특성상 노래 가사를 통해 모든 정보를 전달하다 보니 자막을 읽느라 화면의 화려한 연출을 놓치기 쉽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입니다. 또한 무로마치 시대의 역사적 배경이나 헤이케 이야기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는 고등학생 독자라면 초반의 설정이 다소 난해하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주류의 역사에서 밀려난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는 점과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가 도달할 수 있는 표현의 한계를 넓혔다는 점에서 독보적인 수작입니다. 단순히 보는 영화를 넘어 온몸으로 체험하는 예술적 경험을 원하는 이들에게 이보다 더 완벽한 선택은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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