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공격도 눈앞에서 멈춰 서는 술식이 정말 가능할까요
주술회전을 본 분이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적이 온 힘을 다해 공격하는데 고죠 사토루는 여유롭게 서 있고 공격은 그의 눈앞에서 멈춥니다. 처음 볼 때는 투명한 방어막이 있나 싶지만 사실 그 정체는 훨씬 재미있습니다. 바로 무하한 주술입니다.
고죠는 작중에서 이 능력을 설명하며 아킬레스와 거북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공부 좀 하라며 상대를 놀리기도 합니다. 이 한마디 때문에 수많은 팬이 수학과 철학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원리를 알고 나면 고죠가 왜 최강으로 불리는지 훨씬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어려운 수학 용어를 최대한 빼고 무하한 주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고등학생도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일상 속 예시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아킬레스와 거북이 이야기부터 알아야 합니다
먼저 고죠가 언급한 아킬레스와 거북이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이 이야기는 기원전 5세기 고대 그리스 철학자 제논이 만든 유명한 역설입니다. 빠르기로 유명한 영웅 아킬레스와 느린 거북이가 달리기 경주를 한다고 상상해 보세요. 거북이가 조금 앞에서 출발합니다.
제논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아킬레스가 거북이의 출발점에 도착하는 동안 거북이는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갑니다. 아킬레스가 그 지점에 도착하면 거북이는 또 조금 앞서 있습니다. 이 과정이 끝없이 반복되니 아킬레스는 영원히 거북이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현실에서는 아킬레스가 금방 거북이를 앞지릅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역설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이 논리를 현실로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요. 바로 고죠의 무하한 술식이 그것을 해냅니다.
무하한은 거리를 끝없이 쪼개는 능력입니다
무하한 주술의 기본 원리는 고죠와 상대 사이의 거리를 무한히 쪼개는 것입니다. 무언가가 고죠에게 다가오려면 먼저 절반의 거리를 지나야 합니다. 그다음에는 남은 거리의 절반을 지나야 하고 또 그 절반을 지나야 합니다. 거리를 계속 반으로 나눌 수 있으니 도착까지 거쳐야 할 단계는 끝이 없습니다.
쉽게 비유해 보겠습니다. 벽을 향해 걸어가는데 한 걸음마다 남은 거리의 절반만 갈 수 있다고 해보세요. 벽에 점점 가까워지지만 아무리 걸어도 벽에 손이 닿지 않습니다. 고죠에게 다가오는 주먹이나 칼이나 총알이 바로 이런 처지에 놓입니다.
그래서 무하한이 발동 중이면 물체가 고죠에게 가까워질수록 점점 느려집니다. 겉으로는 공중에서 딱 멈춘 것처럼 보입니다. 작중에서 고죠는 수렴과 발산이라는 개념으로 이 원리를 설명합니다. 어떤 수를 아무리 반으로 나눠도 0이 되지는 않고 계속 작아지기만 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고죠와 상대 사이의 거리는 끝없이 0에 가까워지지만 결코 0이 되지 않으므로 공격이 닿는 순간은 오지 않습니다. 이 술식은 고죠가 의식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작동하는 방어 장치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고죠는 앞에서 칼이 날아와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것입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무하한은 고죠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은 통과시킨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고죠는 공기를 마시고 땅을 밟고 다른 사람의 손을 잡을 수 있습니다. 만약 모든 것을 막는다면 고죠는 숨도 쉬지 못할 것입니다.
반대로 피해를 주는 공격은 확실히 막힙니다. 작중에서 주령 죠고의 화염이나 스쿠나의 참격 같은 공격도 무하한 앞에서 멈췄습니다. 화염뿐 아니라 주령 다부라의 빛 술식처럼 실제 피해가 들어오는 공격도 막혔다고 정리됩니다. 이런 점에서 무하한은 단순한 방어막이 아니라 무엇이 위험한지를 판단해서 작동하는 정교한 능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부분은 작가가 정한 설정이라 수학적으로 완벽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원작자 아쿠타미 게게가 이 설정을 두고 판타지로 봐달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이야기가 팬 커뮤니티에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정말 현실 물리학과 똑같은지 따지기보다 이런 상상력이 재미있다고 받아들이는 편이 좋습니다.
창과 혁 그리고 자는 무하한이 변신한 모습입니다
무하한은 방어만 하는 능력이 아닙니다. 같은 원리를 공격에도 쓸 수 있습니다. 창은 끌어당기는 힘이고 혁은 밀어내는 힘입니다. 창은 대상을 고죠 쪽으로 끌어당기거나 자신을 빠르게 이동시키는 데 쓰입니다. 혁은 강한 반발력으로 상대를 날려 보내는 기술입니다.
무하한의 원리로 보면 창은 수렴하는 무한이고 혁은 발산하는 무한에 해당합니다. 방어에 쓰던 힘의 방향을 바꿔서 공격에 활용하는 것입니다. 또 창은 멀리 떨어진 곳에 중심점을 만들어 물체를 끌어오는 식으로도 응용됩니다.
이 두 가지를 합치면 자가 됩니다. 자는 창과 혁이 부딪히면서 상상의 질량이 만들어져 밀고 나가는 기술입니다. 위력은 창이나 혁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커서 작중에서도 아껴 쓰는 마지막 카드로 그려집니다. 고죠의 자는 신주쿠에서 큰 피해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무하한에는 이런 활용법도 있습니다. 술식을 켠 채로 고죠가 다가가거나 출력을 높이면 상대가 밀려나는데 뒤에 벽이 있어도 상대는 벽이 부서지거나 자신이 부서질 때까지 밀려납니다. 시부야 사변에서 고죠가 특급 주령 하나미를 벽으로 몰아 제령한 것이 대표적인 장면입니다.
정리하면 무하한 하나의 원리로 방어는 무하한 방벽이 맡고 당기기는 창이 맡고 밀기는 혁이 맡으며 파괴는 자가 맡는 셈입니다. 그래서 무하한 하나로 거의 모든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육안이 없으면 쓸 수 없는 술식입니다
여기서 궁금한 점이 생깁니다. 고죠 가문에는 무하한을 가진 사람이 더 있다는데 왜 고죠만 최강일까요. 이유는 육안 때문입니다. 육안은 주력의 흐름을 아주 세밀하게 볼 수 있게 해 주는 눈입니다. 원자 수준의 정밀한 주력 조작이 필요한 무하한은 육안 없이는 제대로 다루기 어렵습니다.
술식이 워낙 복잡해서 다른 주술사들은 주문 같은 절차를 거쳐야 쓸 수 있는 경우가 많지만 고죠는 그런 절차를 생략하고도 무하한을 펼칩니다. 육안이 있으면 주력을 거의 낭비하지 않고 조절할 수 있어서 술식을 상시 유지하는 부담이 크게 줄어듭니다. 고죠가 육안과 무하한을 함께 타고난 것은 약 400년 만이라고 작중에서 설명됩니다. 육안은 눈을 가려도 주변의 주력 흐름을 읽을 수 있게 해 주고 상대의 술식까지 파악하게 해 줍니다. 그러니까 고죠의 강함은 술식 하나가 아니라 두 재능이 만난 결과입니다.
물론 고죠도 처음부터 편했던 것은 아닙니다. 학창 시절에는 무하한을 계속 켜두는 것이 부담이었고 아마나이 리코를 호위하며 이틀간 잠을 자지 못한 채 유지하다가 체력이 크게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이후 반전술식을 익히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지금의 압도적인 고죠가 됩니다.
그렇다면 무하한은 정말 무적이었을까요
스포일러 주의 지금부터는 원작 결말에 가까운 내용이 나오니 아직 작품을 보지 않으신 분은 건너뛰시기 바랍니다.
무하한도 완벽하지는 않았습니다. 작중에서 무하한을 뚫는 방법은 영역전개의 필중 효과나 술식 자체에 간섭하는 특급 주구 같은 것이었습니다. 또 스쿠나처럼 공간 자체를 베어버리는 공격은 다른 차원의 문제였습니다.
고죠와 스쿠나의 신주쿠 결전에서 고죠는 결국 전사합니다. 이 전투에서 두 사람은 영역전개를 여러 번 주고받다가 뇌에 큰 손상이 쌓여 더는 영역을 펼치지 못하는 지경에 이릅니다. 그 뒤에는 고죠가 무하한과 육탄전으로 스쿠나와 맞섰습니다. 원작은 2024년 9월 271화로 완결되었으므로 이 결말은 바뀌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무적처럼 보였던 술식이 왜 한계를 드러냈는지 생각해 보면 결국 사람이 쓰는 능력이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술식도 쓰는 사람의 체력과 두뇌와 집중력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원리를 알고 나면 주술회전이 더 재미있어집니다
무하한 주술은 고대 그리스의 역설을 이야기 속 능력으로 옮긴 아주 영리한 설정입니다. 거리를 끝없이 쪼개어 공격이 닿지 못하게 만들고 그 원리를 뒤집어 끌어당기기와 밀어내기와 파괴에 쓴다는 발상이 매력적입니다. 여기에 육안이라는 조건이 더해져 고죠만 쓸 수 있는 능력이라는 설득력도 생깁니다.
냉정하게 보면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이 설정은 현실 수학이나 물리학과 정확히 맞지 않아 깊이 따지면 허점이 보입니다. 또 무적에 가까운 술식이라 이야기 속 긴장감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설정이기도 합니다. 다만 무하한에는 분명한 약점과 조건이 있어서 상대가 영역전개나 특급 주구처럼 머리를 써서 대응해야 하는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다음에 주술회전을 다시 보실 때는 고죠가 공격을 막는 장면에서 벽을 향해 반씩만 걷는 사람을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별것 아닌 장면도 훨씬 재미있게 보이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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