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한 방에 끝내는 영웅의 등장 (2015년의 충격)
2015년 애니메이션 팬덤은 거대한 충격에 빠졌습니다. 주인공이 모든 적을 말 그대로 '한 방'에 끝내버리는 작품 원펀맨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은 ONE 작가의 독창적인 웹코믹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림 실력은 다소 미숙했지만 상식을 파괴하는 설정과 깊이 있는 스토리텔링으로 마니아층을 사로잡았습니다. 이후 아이실드 21로 유명한 무라타 유스케 작화가를 만나 압도적인 그림체의 리메이크 만화로 재탄생했습니다. 그리고 2015년 제작사 매드하우스가 이 리메이크를 기반으로 애니메이션 시즌 1을 만들면서 원펀맨 신드롬은 전 세계로 퍼져나갔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소년 만화가 '주인공의 성장'을 다룰 때 원펀맨은 '성장을 마친 최강자의 공허함'이라는 독특한 주제를 들고나와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원펀맨의 세계관과 이야기의 시작
원펀맨의 세계는 끊임없이 등장하는 괴인들로 인해 위협받는 현대 사회입니다. 도시는 알파벳 Z까지 나뉘어 있으며 재해 수준에 따라 늑대 호랑이 귀신 용 신 등으로 위험도가 분류됩니다. 이에 맞서기 위해 '히어로 협회'라는 거대한 조직이 존재합니다. 히어로들은 실적과 능력에 따라 S급 A급 B급 C급으로 철저하게 등급이 매겨집니다.
주인공 사이타마는 이 세계관에서 가장 이질적인 인물입니다. 그는 취업 활동에 좌절하던 중 우연히 만난 괴인에게서 어린아이를 구하게 됩니다. 그리고 '취미로 히어로를 하는 자'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3년간의 혹독한 트레이닝(팔 굽혀 펴기 100회 윗몸 일으키기 100회 스쿼트 100회 달리기 10km) 결과 그는 모든 적을 한 방에 쓰러뜨릴 수 있는 압도적인 힘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그 대가로 머리카락 전부와 함께 강한 적과 싸우는 긴장감 희열 등 모든 감정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는 너무 강해진 나머지 공허함을 느끼며 그저 취미 생활로 히어로 활동을 이어갑니다.
원펀맨 시즌 1: 전설의 시작과 우주 패자
원펀맨 시즌 1의 이야기는 사이타마가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는 과정입니다. 그는 공식 히어로가 아니었기에 아무리 괴인을 물리쳐도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사이보그 청년 제노스를 만나게 됩니다. 제노스는 자신의 가족을 몰살한 의문의 사이보그를 찾기 위해 복수의 여정을 걷던 중 사이타마의 압도적인 힘을 목격합니다. 그는 즉시 사이타마에게 제자로 받아달라며 무릎을 꿇습니다.
사이타마는 제노스의 제안에 따라 히어로 협회에 정식으로 등록하기로 합니다. 체력 테스트에서 모든 기계를 파괴하며 역대 최고점을 기록했지만 필기시험에서 겨우 낙제점을 면해 C급 최하위 히어로로 시작합니다. 반면 제노스는 모든 테스트에서 만점을 받아 단숨에 S급 히어로가 됩니다.
시즌 1은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원펀맨의 매력을 보여줍니다. 진화의 집에서 온 아수라 카부토는 사이타마의 힘을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공포에 질립니다. 거대한 운석이 도시를 향해 떨어질 때 다른 S급 히어로들이 속수무책일 때 사이타마는 주먹 한 방으로 운석을 파괴합니다. 하지만 그 파편으로 인해 도시가 피해를 입자 대중은 그를 비난합니다.
시즌 1의 백미는 심해왕 에피소드와 최종 보스 보로스전입니다. 심해왕은 압도적인 힘으로 제노스를 포함한 여러 히어로를 쓰러뜨립니다. 절체절명의 순간 C급 히어로 무면허 라이더가 용기를 내어 맞서고 그때 사이타마가 등장해 단 한 방으로 심해왕을 쓰러뜨립니다. 하지만 군중은 다른 히어로들의 활약을 폄훼하며 사이타마가 공을 가로챘다고 비난합니다. 사이타마는 오히려 다른 히어로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자신이 사기꾼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씁니다.
시즌 1의 마지막은 우주의 패자 보로스의 침공입니다. 너무 강해서 자신과 싸울 상대를 찾기 위해 지구까지 찾아온 보로스는 사이타마와 유일하게 '싸움'이라고 부를 만한 전투를 벌입니다. 보로스는 모든 힘을 개방해 사이타마를 달까지 날려버리지만 사이타마는 결국 '진심 펀치' 단 한 방으로 보로스를 쓰러뜨립니다. 사이타마는 자신에게 처음으로 약간의 긴장감을 선사한 보로스에게 경의를 표하며 시즌 1은 막을 내립니다.
원펀맨 시즌 2: 새로운 위협과 히어로 사냥꾼
원펀맨 시즌 2는 제작사가 매드하우스에서 J.C.스태프로 변경되며 많은 우려 속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야기는 새로운 위협 '히어로 사냥꾼' 가로우의 등장으로 시작됩니다. 가로우는 히어로 협회 S급 뱅의 수제자였지만 괴인을 동경하며 히어로들을 사냥하기 시작합니다. 그는 뛰어난 무술 실력으로 여러 A급 B급 히어로들을 제압하며 히어로 협회에 큰 위협이 됩니다.
한편 사이타마는 히어로 활동보다 무술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는 가발을 쓰고 제자 차란코의 이름으로 무술 대회에 참가합니다. 사이타마는 무술가들의 기술을 경험하며 압도적인 힘으로 결승까지 진출합니다.
동시에 괴인 협회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합니다. 괴인왕 오로치가 이끄는 괴인 협회는 대규모 공격을 감행하며 히어로 협회 간부의 아들을 납치합니다. 이 과정에서 가로우는 히어로들 그리고 괴인 협회와도 얽히며 점점 더 궁지에 몰립니다. 가로우는 자신을 따르는 소년 타레오를 구하기 위해 괴인 협회와 맞서 싸우다 치명상을 입기도 합니다.
※ 아래 내용에는 원펀맨 시즌 2의 결말과 관련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작을 보지 않으신 분들은 주의 바랍니다.
시즌 2의 결말은 거대한 전쟁의 서막을 알리며 끝납니다. 사이타마는 무술 대회 결승에서 상대인 스이류를 가볍게 제압하지만 가발이 벗겨져 정체가 탄로 나 실격 처리됩니다. 같은 시각 가로우는 S급 히어로 뱅과 그의 형 봄에게 패배한 뒤 괴인 협회의 피닉스남에게 구출되어 괴인왕 오로치 앞으로 끌려갑니다. 오로치는 가로우에게 괴인이 될 것을 강요합니다. 히어로 협회는 납치된 아이를 구출하고 괴인 협회를 섬멸하기 위해 S급 히어로들을 소집하여 괴인 협회의 아지트로 돌격할 준비를 합니다. 사이타마는 자신을 미행하던 소닉을 가볍게 제압한 뒤 집에서 일상적인 고민을 하는 모습으로 시즌 2가 마무리됩니다. 이는 원펀맨 3기에서 펼쳐질 역대급 규모의 '괴인 협회 토벌전'을 예고하는 것입니다.
원펀맨이 전 세계를 사로잡은 흥행의 비밀
원펀맨의 흥행 이유는 명확합니다. 첫째는 기존의 공식을 완전히 뒤집은 설정입니다. 주인공이 약한 상태에서 시작해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이미 완성형 최강자라는 설정은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적이 얼마나 강하든 어차피 사이타마가 한 방에 끝낼 것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원펀맨의 진짜 재미는 '사이타마가 이길까'가 아니라 '사이타마가 어떻게 이길까' 혹은 '이기기까지 어떤 소동이 벌어질까'입니다.
둘째는 주인공 사이타마의 독보적인 캐릭터성입니다. 그는 최강의 힘을 가졌지만 명예나 부에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그의 유일한 관심사는 마트 할인 행사나 저녁 메뉴뿐입니다. 이처럼 압도적인 힘과 지극히 평범하고 세속적인 욕망의 부조화가 원펀맨 특유의 개그 코드를 만들어냅니다. 그는 너무 강해서 공허함을 느끼는 철학적인 존재이면서 동시에 가장 일상적인 고민을 하는 소시민입니다.
셋째는 히어로 장르에 대한 신랄한 풍자입니다. 원펀맨의 히어로 협회는 영웅들의 집단이라기보다 등급과 실적에 집착하는 거대한 관료 조직입니다. 대중은 쉽게 선동당하고 자신들을 구해준 영웅을 비난하기도 합니다. 반면 진정한 용기는 S급이 아닌 C급 무면허 라이더처럼 평범한 이에게서 나오기도 합니다. 원펀맨은 이런 아이러니를 통해 '진정한 히어로란 무엇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압도적인 작화와 그 이면 (장점과 단점)
원펀맨의 흥행을 이야기할 때 작화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특히 시즌 1은 일본 애니메이션 역사에 남을 만한 작화 퀄리티를 보여주었습니다. 매드하우스 제작진은 무라타 유스케의 역동적인 만화를 그야말로 '살아 숨 쉬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보로스와의 마지막 전투 장면은 지금 봐도 입이 벌어질 정도의 압도적인 액션 연출을 자랑합니다. 이 '눈이 즐거운' 액션은 원펀맨이 전 세계적인 팬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양날의 검이 되었습니다. 시즌 1의 기준이 너무 높아진 탓에 시즌 2는 방영 내내 비판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J.C.스태프가 제작한 시즌 2는 분명 평작 이상의 퀄리티였지만 시즌 1의 천재적인 연출과 비교되며 작화 붕괴 혹은 어색한 3D 연출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또한 사이타마의 비중이 줄어들고 가로우와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면서 시즌 1의 호쾌한 전개를 기대했던 팬들에게는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도 단점으로 꼽힙니다.
원펀맨 3기를 기다리며 남기는 이야기
원펀맨은 히어로물이라는 장르가 보여줄 수 있는 극한의 카타르시스와 그 이면의 공허함을 동시에 담아낸 수작입니다. 압도적인 힘을 가진 주인공이 느끼는 허무함 그리고 그 주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은 단순한 오락거리를 넘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시즌 1의 폭발적인 성공과 시즌 2의 아쉬움 속에서도 원펀맨을 향한 기대는 여전히 뜨겁습니다. 최근 원펀맨 3기의 제작이 확정되었고 많은 팬들이 시즌 2에서 예고된 역대급 전쟁 '괴인 협회편'이 어떻게 애니메이션으로 구현될지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과연 3기는 시즌 1의 명성을 되찾고 원펀맨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압도적인 재미를 선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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