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진짜' 전설의 귀환
2009년 4월 '강철의 연금술사 BROTHERHOOD'라는 제목으로 두 번째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방영을 시작했을 때 전 세계 팬들은 열광했습니다. 2003년에도 이미 훌륭한 첫 번째 애니메이션이 있었지만 당시 원작 만화가 연재 중이었기에 후반부는 오리지널 스토리로 마무리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2009년 작품은 달랐습니다. 원작 만화의 완결이라는 거대한 이정표와 정확히 보조를 맞추며 방대한 원작의 서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영상으로 구현해 냈습니다. 그 결과 '강철의 연금술사'는 소년 만화 역사상 가장 완벽한 기승전결을 갖춘 '명작'이라는 칭호를 확고히 했습니다.
수많은 작품이 용두사미라는 비판을 받으며 사라지는 시장에서 '강철의 연금술사'는 어떻게 이토록 완벽한 이야기 구조를 완성할 수 있었을까요. 그 비밀은 작품의 시작점이자 핵심 철학인 '등가교환' 그리고 그 너머에 있는 '진리'를 향한 여정 속에 있습니다.
모든 것의 시작 '등가교환'과 금기의 대가
"사람은 무언가의 희생 없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무언가를 얻으려면 그와 동등한 대가가 필요하다."
'강철의 연금술사'의 세계관을 지배하는 절대적인 법칙은 바로 '등가교환'입니다. 이 세계에서 연금술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마법이 아닙니다. 물질을 이해하고 분해한 뒤 재구축하는 과학 기술입니다. 하지만 이 기술에는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존재합니다. 바로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인체연성'입니다.
인간의 육체는 물질로 구성되어 있지만 '영혼'의 가치는 그 어떤 물질로도 환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인공 엘릭 형제 에드워드(에드)와 알폰스(알)는 어린 시절 돌아가신 어머니를 되살리고 싶은 마음에 이 금기를 어기고 맙니다.
그 대가는 참혹했습니다. 인체연성은 실패하고 연성의 반동으로 '진리의 문'이 열립니다. 금기를 범한 오만의 대가로 형 에드는 왼쪽 다리를 동생 알폰스는 육체 전부를 '진리'에게 빼앗깁니다. 에드는 마지막 순간 자신의 오른쪽 팔까지 희생하며 동생 알폰스의 영혼만을 간신히 거대한 강철 갑옷에 정착시킵니다.
이 끔찍한 비극의 밤은 '강철의 연금술사' 이야기의 출발점입니다. 형제는 잃어버린 육체를 되찾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기로 맹세합니다. 그들의 유일한 희망은 등가교환의 법칙을 무시하고 기적을 행할 수 있다는 전설의 물질 '현자의 돌'이었습니다.
'현자의 돌'의 추악한 진실과 거대한 음모
'강철의 연금술사'가 여타 소년 만화와 다른 '명작'의 반열에 오르는 첫 번째 이유는 이 여정이 결코 순탄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엘릭 형제는 몸을 되찾을 정보를 얻기 위해 군부에 소속된 '국가 연금술사'가 됩니다. '강철'이라는 이명을 얻은 에드는 군의 개라는 오명 속에서도 현자의 돌을 추적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마주한 '현자의 돌'의 진실은 기적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수많은 사람의 영혼을 농축하여 만든 가장 끔찍하고 추악한 피의 결정체였습니다. 자신들의 몸을 되찾기 위해 타인의 생명을 희생시킬 수 없다는 도덕적 딜레마 앞에서 형제는 현자의 돌을 사용하는 것을 포기합니다.
이 선택을 기점으로 '강철의 연금술사'의 서사는 개인의 구원에서 국가적 음모를 파헤치는 거대한 이야기로 확장됩니다. 형제는 이 나라 아메스트리스 자체가 거대한 음모의 중심임을 깨닫습니다.
군부 최고 사령부인 대총통 킹 브래들리를 비롯한 상층부는 '호문쿨루스'라는 인조인간들에게 장악되어 있었습니다. 이들은 '아버지'라 불리는 정체불명의 존재를 위해 암약하고 있었습니다. 이 나라에서 과거에 벌어진 모든 전쟁과 내전 피의 참극은 사실 나라 전체를 거대한 연성진으로 삼는 '국토연성진'을 그리기 위한 과정이었습니다. 그들의 목적은 아메스트리스 국민 전체를 희생시켜 지구 크기의 거대한 현자의 돌을 만들고 '신'의 힘을 손에 넣는 것이었습니다.
'진리'의 문 앞에서 밝혀지는 세계의 해답
※ 지금부터 '강철의 연금술사 BROTHERHOOD'의 핵심 결말과 관련된 강력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작의 감동을 직접 느끼고 싶으신 분들은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강철의 연금술사'의 모든 복선과 서사는 '약속의 날' 단 하루에 폭발적으로 수렴됩니다. '아버지'는 마침내 국토연성진을 발동시켜 아메스트리스 전 국민의 영혼을 강탈하고 행성의 '진리' 즉 신의 힘을 자신에게 끌어들여 완전한 존재가 되려 합니다.
이 거대한 절망 앞에서 '강철의 연금술사'가 '명작'인 이유가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그동안 엘릭 형제가 여행하며 만났던 모든 동료가 각자의 위치에서 이 음모에 맞서 싸웁니다. 로이 머스탱 대령의 군부 세력 북방의 브릭스 군단 싱에서 온 린 야오 일행 그리고 형제의 스승 이즈미 커티스까지 버려지는 캐릭터 하나 없이 모두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치열한 전투 끝에 '아버지'의 계획은 동료들의 희생과 방해로 불완전해집니다. 궁지에 몰린 '아버지'의 마지막 발악으로 알폰스의 갑옷이 파괴되기 시작합니다. 그때 알폰스는 형 에드워드를 돕기 위해 자신의 영혼 자체를 등가교환의 대가로 바칩니다. 그는 '진리'의 문 너머로 사라지며 그 대가로 형 에드워드가 인체연성 때 잃었던 진짜 오른쪽 팔을 되돌려줍니다.
동생의 희생으로 완전한 육체를 되찾은 에드는 모든 분노를 담아 '아버지'를 쓰러뜨립니다. 하지만 싸움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에드는 동생 알폰스를 되찾아야 했습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힘으로 다시 한번 '인체연성'을 시도합니다.
등가교환을 넘어선 감동의 결말 "10을 돌려주다"
에드워드는 '진리'와 다시 마주합니다. '진리'는 그에게 묻습니다. 동생을 데려가기 위한 통행료 즉 '대가'로 무엇을 바칠 것인가. 여기서 에드워드는 '강철의 연금술사'의 대주제를 완성하는 기적의 해답을 내놓습니다.
그는 자신의 몸 안에 있는 '연금술의 문' 즉 '진리의 문' 그 자체를 대가로 바치겠다고 선언합니다.
이는 자신의 모든 연금술 재능 '강철의 연금술사'로서의 정체성 전부를 포기하겠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는 깨달았습니다. 진리의 문을 보고 연금술의 힘을 얻는 것은 자신을 신과 같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오만'의 시작이었음을. 그리고 자신은 연금술이라는 힘이 없어도 동료와 가족이 있기에 이미 완벽한 '인간'임을 말입니다.
'진리'는 그의 겸손한 해답에 "정답이다 연금술사. 날 굴복시켰어"라고 말하며 그의 '오만'이었던 문을 가져가는 대가로 알폰스의 육체와 영혼을 온전히 돌려줍니다. 연금술사가 아닌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온 에드워드는 마침내 육체를 되찾은 동생 알폰스와 눈물의 재회를 합니다.
'강철의 연금술사'의 결말이 이토록 감동적인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이 작품은 '등가교환'이라는 1대 1의 냉정한 법칙으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 결말은 '1을 받으면 10으로 돌려주는' 사랑과 우정 희생이라는 인간의 가치가 그 법칙보다 우위에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등가교환은 세상의 법칙일 뿐 인간의 마음을 설명하는 법칙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완벽한 서사 구조 명작이라 불릴 수밖에 없는 이유
'강철의 연금술사'가 시대를 초월한 '명작'으로 불리는 이유는 이처럼 완벽한 서사 구조 때문입니다. 1화에서 던져진 모든 복선과 설정은 마지막 화에서 단 하나도 낭비되지 않고 모두 회수됩니다. 소년 만화에서 흔히 발생하는 설정 붕괴나 파워 인플레이션이 전혀 없습니다.
모든 캐릭터는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완벽하게 완수하고 이야기의 무대에서 퇴장합니다. 그들의 희생과 성장은 주인공 엘릭 형제에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인간 찬가'라는 거대한 주제를 완성합니다.
현실적인 아쉬움을 굳이 지적하자면 2009년 'BROTHERHOOD' 버전은 원작의 방대한 이야기를 64화에 압축해야 했기에 초반부의 감정선이 2003년 버전에 비해 다소 빠르게 전개된다는 평이 있습니다. 또한 결말이 너무나도 완벽하게 모든 갈등을 봉합하고 행복을 찾아주기 때문에 어떤 이들에게는 오히려 너무 교과서적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강철의 연금술사'는 이토록 거대한 이야기를 시작과 끝이 완벽하게 맞물리도록 직조해 냈다는 점에서 다시 나오기 힘든 불멸의 '명작'임이 틀림없습니다.
'진리'의 문을 닫고 얻은 평범한 행복
'강철의 연금술사'의 마지막은 화려한 영웅의 탄생이나 초월적인 힘의 획득이 아닙니다. 오히려 가장 강력한 힘인 '연금술'을 스스로 포기하고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온 한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에드워드 엘릭은 '진리'의 문을 '오만'의 대가로 닫아버림으로써 비로소 진정한 행복과 동생을 손에 넣었습니다. 모든 것을 잃었던 절망의 밤에서 시작하여 모든 것을 되찾은 희망의 아침을 맞이한 것입니다. '강철의 연금술사'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감동은 아마도 이것일 겁니다. 가장 위대한 힘은 초월적인 능력이 아니라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려는 '인간'의 마음 그 자체에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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